국민연금공단에서 투자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담당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의 권한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기존의 배당이나 임원 보수 등 안건 외에 기업이 법 위반 우려가 있다거나 기후변화, 산업안전 관련 리스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도 수탁위가 주주제안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국민연금의 간섭이 더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4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제10차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논의했다. 수탁위의 영역을 확대하는 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수탁위는 국민연금이 2018년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취지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설립됐다. 운용 전문가뿐 아니라 경영·노동계 등이 추천한 9인으로 구성되며 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수탁위는 지금까지 기업의 배당정책이나 임원 보수한도 등에서만 ‘비경영참여 주주제안’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안건이 의결되면 △법령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했으나 개선이 없는 사안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 대응에 관한 사안 △산업안전 관련 리스크 대응에 관한 사안 △이 밖에 기금운용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 모든 중점관리사안에 주주제안을 할 수 있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들의 모든 사안에 대해 경영 간섭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라며 “예컨대 법령 위반 우려가 있으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게 됐는데,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경영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위는 또 이날 해외 주식 의결권 행사 대상을 지분율 1% 또는 보유 비중 0.5%에서 보유 비중 0.3%로 낮추는 안도 논의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에 넷플릭스를 비롯해 어도비 페이팔 비자카드 컴캐스트 오라클 월트디즈니 AIA 나이키 등 32개사(지난해 말 지분율 기준)가 추가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올 들어 10월 말까지 기금 수익률은 7.63%로 집계됐다. 수익률은 △국내 주식 4.41% △해외 주식 27.24% △국내 채권 -2.91% △해외 채권 5.97% △대체투자 10.25% 등이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내년 목표초과수익률을 올해와 같은 벤치마크 대비 0.22%포인트로 의결했다.
김재후/김종우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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