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혁신 도우미로
24일 경제계에 따르면 최근 수추협의 조직과 인력이 조정됐다. 기존에 그룹 의사결정을 이끌던 조직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에 이사회 중심 경영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우미’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수추협은 SK그룹만의 독특한 의사결정 조직이다. 최 회장과 오너 일가는 수추협 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대신 주요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협의를 진행한다. 수추협은 2012년 말 200여 명 규모로 출범했다. 출범 직후엔 다른 대기업 컨트롤타워와 마찬가지로 계열사 최상단에 위치해 조직 두뇌 역할을 맡았다. 수추협 산하엔 △전략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환경사업위원회 △ICT 위원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인재육성위원회 △SV위원회 등 7개 위원회가 있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전직 CEO들도 위원장을 맡아 왔다. 하지만 2016년 조대식 전 SK㈜ 지주사 사장이 신임 의장에 발탁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요 계열사 CEO가 수추협 산하 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겸하는 것으로 원칙이 바뀌었다.
그랬던 수추협이 다시 한 번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부 사업계획을 각사가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으로 경영 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추협은 개별 기업 이사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돕는 역할만 담당하게 된다.
거버넌스 스토리 박차
각 계열사의 역할이 커지면서 200명으로 시작했던 수추협 소속 임직원은 100명대 초반까지 축소됐다. 그룹사업 총괄전략을 맡아 온 전략지원팀 역시 2016년 50명대에서 현재 30명대 수준으로 임직원 수를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아래에 있는 전략팀과 홍보(PR)팀이 합쳐졌으며 다른 위원회도 팀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는 수추협 산하 7개 위원회 중 사회적 가치·친환경 업무를 담당하는 소셜밸류위원회 기능 정도만 남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SK그룹이 수추협의 권한을 축소한 배경엔 지난 10월 최 회장이 CEO세미나에서 경영 화두로 던진 거버넌스 스토리가 있다. 앞으로 각 계열사 이사회는 총수 등 경영진을 감시하는 수준을 넘어 CEO 후보 추천에도 관여한다. 매년 그룹 정기인사 때 이뤄지는 CEO 평가 및 보상도 각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중장기 성장전략 검토 역시 이사회 몫이다. 실제로 최근 SK㈜ 이사회에서는 1대 주주인 최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이사들의 찬성으로 안건이 의결됐다.
수추협 역할 축소와 관련한 재계 반응은 둘로 나뉜다.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반응과 “인수합병(M&A) 등 주요 사안에 따른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지체될 수 있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SK 관계자는 “비효율이 일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