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귤의 계절이다.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주황빛 동그란 귤을 손끝이 노랗게 변할 때까지 까먹으면서 느끼는 행복은 이맘때만 느낄 수 있다. 귤은 무엇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다. 귤 한 상자면 겨울 내내 온 가족 비타민 보충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한라봉과 천혜향, 레드향 등 감귤나무를 다른 품종과 교배해 만든 다양한 만감류가 나와 골라 먹는 재미도 커졌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제주에서 자란 귤은 조선시대 진상품이었다
귤은 요즘은 흔한 과일이지만 과거엔 귀한 몸이었다. 조선시대에 제주에서 자란 귤은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이었다. 지금처럼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귤을 쉽게 맛볼 수 있게 된 건 20~30년이 채 되지 않았다.국내에서 재배하는 귤은 대부분 온주밀감이다.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어 먹기가 편하고, 항암 효과가 있는 베타크립토키탄신이 들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귤은 무엇보다 비타민C 함유량이 높다. 귤에는 사과의 8배, 파인애플의 4배가 넘는 비타민C가 들어 있다. 귤 두 개만 먹어도 성인 하루 권장 비타민C 섭취량을 채운다.
최근 백화점 식품관 등에서는 단맛이 한층 더 강조된 ‘타이벡 감귤’이 인기다. 타이벡은 품종이 아닌 재배 방식을 뜻한다.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고밀도의 합성 섬유인 타이벡을 귤나무를 심은 과수원 땅 위에 덮어 수분 흡수량을 조절하고, 반사광을 통해 나무 아래쪽에 달린 열매까지 빛을 골고루 전달한다. 이 방식으로 재배한 귤은 비싸지만 일반 귤에 비해 당도가 2~3브릭스가량 더 높다.
좋은 귤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싱싱한 귤은 꼭지가 대체로 녹색을 띤다. 검은색을 띠면 수확한 지 시간이 꽤 오래된 귤일 가능성이 높다. 꼭지 반대쪽 배꼽 주변이 울퉁불퉁하면서도 묵직한 귤일수록 과육에 수분이 풍부하다. 귤을 더 맛있게 먹으려면 먹기 전에 가볍게 주물러 주면 좋다. 귤을 주무르면 숙성을 유도하는 에틸렌 성분이 나와 당도가 최대 20% 증가한다.
국산 만감류 ‘윈터프린스’를 아시나요
감귤을 다른 품종과 교배해 만든 만감류도 고급 과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라봉은 온주밀감을 청견과 교배한 품종이다. 1970년대 초반 일본에서 개발돼 제주로 들어왔다. 꼭지 부분이 톡 튀어나와 마치 한라산을 연상시켜 한라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단맛이 강하고, 과육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천혜향도 한라봉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이다. 다른 만감류에 비해 향이 진하다. ‘향기가 천리를 간다’고 해서 천혜향으로 불린다. 껍질이 얇고 딱딱해 다른 품종에 비해 먹기가 어려운 게 단점이다. 레드향은 한라봉과 온주밀감을 교배해 만든 품종이다. 잘 익으면 주황색을 넘어 붉은 빛이 돌아 레드향이라 불린다. 귤에 비해 크기가 크고 납작한 모양이 특징이다. 껍질을 벗기기가 쉽고, 신맛이 덜해 아이들과 노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대부분의 만감류는 일본에서 개발돼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국내에서 개발한 품종도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만감류 ‘윈터프린스’다. 윈터프린스는 토종 품종인 하례히메와 태전병감을 교배해 만들었다. 2017년 품종보호 출원을 내고 지난해부터 일반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겨울왕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하다. 껍질이 잘 벗겨져 먹기도 편하다. 농가로서도 나무에 가시가 없어 수확 시 작업이 편하고, 관리가 쉽다. 아직까지 시중에서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품종이지만 입맛이 까다로운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