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벤처 붐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지만, 버블이 있더라도 좋은 기업들이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벤처투자 생태계가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의 이영민 대표(사진)는 지난 1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올 한 해 더 나은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우리의 미션을 잘 수행한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코웰창업투자 등 벤처캐피털(VC) 대표와 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 산학협력교수 등을 거쳐 2019년 9월부터 한국벤처투자를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가장 큰 성과를 묻자 “무탈하게 지나간 것”이라며 웃었다. “VC시장이 좋아야 우리 회사도 미션을 잘 수행했다고 볼 수 있는데 지난해보다 올해 벤처투자 생태계가 훨씬 더 풍성해지고 건전하게 성장했다고 판단한다”는 얘기였다. 코로나19 타격에 대한 질문엔 “코로나19로 산업 전반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바뀌고 거기서 기회를 찾는 새로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닦인 측면에서는 스타트업엔 호기였다”고 답했다.
모태펀드의 순기능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모태펀드의 도움을 받았던 스타트업들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최근엔 해외 VC의 투자를 끌어오는 글로벌펀드도 굉장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모태펀드가 그동안 투자했던 기업 중 유니콘에 이름을 올린 곳은 크래프톤, 쏘카, 무신사, 야놀자, 마켓컬리, 직방, 우아한형제들, 하이브, 비바리퍼블리카, 펄어비스 등이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특허청 등 여러 정부기관으로부터 출자를 받은 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또 산업은행이 출자한 일자리창출펀드, 한국전력공사가 참여한 한국전력모펀드, 중기부와 보건복지부, 환경부가 출자한 스마트대한민국모펀드, 하나은행이 참여한 하나·KVIC 유니콘 모펀드 등 여러 개의 펀드를 운용 중이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국내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VC글로벌펀드도 2013년부터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초기 글로벌펀드의 목적은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투자금이 목표치를 넘어서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2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지금까지 글로벌펀드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380여 곳에 801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대표는 “벤처투자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선 벤처 창업 생태계가 먼저 활발해져야 한다”며 창업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한국에서 창업이 활발한 이유를 묻자 “활동적이고 다이내믹한 한국인의 성향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모태펀드뿐 아니라 정부기관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생태계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답했다.
창업 희망자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표는 “돈의 흐름을 알고 사람을 다룰 줄 알며 사업 계획에 관한 구체적인 기획 등 다양한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서 창업해야 한다”며 “또 자신의 분야에 어떻게 인공지능(AI)을 적용해서 경쟁우위를 가질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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