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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물 나오고 주차 전쟁…'30년차' 1기 신도시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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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3기 신도시 조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조성 30년차를 맞아 노후화를 겪고 있는 1기 신도시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장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관련 토론회도 개최하고 나섰다.

경기도 군포시는 21일 1기 신도시 활성화를 주제로 군포시청에서 토론회를 개최한다. 노후화를 겪고 있는 1기 신도시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고양·군포·부천·성남·안양 등 5개 도시 시장이 국회에서 1기 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식과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3기 신도시에 몰두하는 정부에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1989년부터 조성된 1기 신도시의 노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1기 신도시에는 공동주택만 28만1000가구가 들어섰는데, 2026년이면 모든 가구가 30년 이상된 노후주택에 편입된다.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주차공간 부족, 상하수도 부식, 층간 소음 등 주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30년된 1기 신도시…주차난·녹물 등 몸살
5개 지자체 시장들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주차면수는 가구당 평균 0.8면에 그친다. 가구당 1~1.2대 수준인 현행 법정 주차대수에 크게 못미친다. 그나마 소형 평형 위주인 아파트 단지는 주차면수가 0.3대 수준인 경우가 많아 주민들은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는 처지다. 용적률도 1기 신도시(170~226%)가 2000년대 건설된 2기 신도시(159~200%)보다 높고 평균 인구밀도 역시 2기 신도시의 2배 수준인 헥타르 당 233명에 달한다.


2기, 3기 신도시가 건설되면 1기 신도시의 고령화와 인구 유출, 슬럼화도 우려된다. 국토지리학회는 '수도권 1기 신도시의 관리 우선지역 선정에 관한 연구'를 통해 "군포 산본과 부천 중동은 과반수 지역이 심한 쇠퇴를 겪는 쇠퇴지역으로 분석됐다. 정체되고 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경제적 기반이 약한 집단이 밀집한 지역이거나 지역 내의 경제활동 기반이 취약해지는 등 비교적 일관된 특성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수도권 1기 신도시 현황과 발전 방향 모색' 보고서를 내고 "급속한 노화에 따른 부담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도시의 성능 향상 및 노후화 문제를 관리하지 않으면 수도권의 양호 주택지 부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산과 중동은 장년층 비율이 높아 추가적 노령화가 이뤄지면 도시 활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건축도 리모델링도 '규제' 막혀
1기 신도시는 노후화 문제 해결을 위해 각 단지별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다만 재건축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3종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은 250%이고,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198%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비업계는 용적률 180%를 재건축 사업성이 확보되는 기준으로 본다. 용적률 상한 규제를 바꾸지 않는 한 재건축을 해도 층수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안전진단도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는 문제다. 재건축이 되려면 D나 E 등급이 나와야 하는데, 서울에서도 30년 넘는 아파트들이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깐깐하게 보고 있어서다.


재건축의 대안으로 리모델링이 부상했지만,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다. 리모델링은 안전진단 등급 기준이 B등급으로 낮고 연한 15년이 지나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내력벽을 뜯어낼 수 없기에 아파트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공사를 해야 한다. 구조에 제한이 있고 공사 난이도도 재건축에 비해 크게 올라간다. 최대 3층까지 건물 층수를 올리는 수직증축이 허용되고는 있지만, 2013년 이래 실제 이뤄진 사례는 서울 송파동 성지아파트 뿐이라는 점도 사업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거주 수요를 분산하는 1기 신도시가 지속 노후화되면 중산층 수요가 재차 서울로 몰릴 것이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가 계획도시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산발적 단지 중심의 정비를 지양하고 스마트도시로의 변화 등 도시 전반의 기능 향상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정비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며 체계적인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 "정비사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재건축 안전진단부터 폐지해야 한다. 건물이 안전하지 않아서 재건축을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용도지역이라는 큰 그림에서 정비사업 활성화가 이뤄지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장에서도 1기 신도시 용적률이 400% 수준까지 완화되면 약 15만 가구 수준의 추가 공급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기 신도시 가구 수(29만2000가구)의 절반을 넘어서는 물량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는 전용 85㎡를 초과하는 대형 평형이 28%에 달한다. 용적률을 높이면서 소형 평형을 늘리면 3기 신도시 절반에 해당하는 양의 주택을 민간에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신규 택지 조성의 갈등과 보상, 막대한 재원을 들인 인프라 구축도 필요치 않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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