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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로서 힘 잃는 '피신조서'…법조계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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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피고인 동의 없는 피의자 신문조서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법조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검찰 등 수사기관에선 피의자 신문조서를 대신할 증거 확보 방안 마련에 나섰다. 피고인이 신문조서 내용을 부인할 경우 범죄 입증을 위해 확인할 내용이 늘어나면서 재판 장기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백해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원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개정안은 피고인·변호인이 동의했을 때만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고인 측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범행을 자백했더라도 재판에서 말을 바꾸면 해당 내용을 증거로 쓸 수 없게 된다. 내년에 기소되는 사건부터 바뀐 법이 적용된다.

새 형사소송법은 법정에서 직접 조사해 확인한 내용을 최우선 증거로 삼는 ‘공판 중심주의’ 원칙을 바탕에 두고 있다. 피의자가 신문 과정에서의 실수나 수사기관의 압박 등으로 잘못된 진술을 하더라도 재판에서 이를 바로잡기 쉽지 않다는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내밀지 못하면 범죄를 입증하기 힘든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계에선 특히 살인과 성범죄 등 강력 범죄의 진상을 밝히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망 등으로 피해자 진술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데다 물증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뇌물과 직권남용 등 권력형 범죄도 피의자 진술이 결정적인 증거일 때가 많기 때문에 이전보다 입증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분주한 분위기다. 과학수사 확대와 조사장면 영상 녹화, 진술 분석관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검찰청은 조만간 대응 지침을 마련해 각 지방검찰청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장기화 심화 우려도
법정 분위기도 달라질 전망이다.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면 재판에서 범죄 입증을 위한 조사가 다시 한번 이뤄져야 한다. 원고와 피고 측 공방 속에 재판부의 질의 내용도 증가하면서 재판 시간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범죄 입증 혹은 부인을 위한 증인 출석 요청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모성준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2기)는 지난 10월 사법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과 형사재판’ 토론회에서 “다수의 공범이 얽힌 복잡한 사건의 재판은 현저하게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형사사건 처리에 걸리는 기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상반기 말까지 진행된 형사 1심 합의부 사건이 선고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48일로 2010년(228.8일)보다 약 120일 늘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처럼 피해자 구제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억울한 피해자가 증가할 수 있다”며 “재판 장기화에 따른 변호사 수임료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성/오현아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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