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가까이 지속돼온 울트라 금융완화정책이 마무리되고 앞으로는 출구전략이 본격 추진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에서 매월 300억달러씩 자산 매입을 줄여 나가는 테이퍼링을 추진하고 기준금리도 테이퍼링 종료와 함께 내년 세 차례 인상을 시사했다.
흔히들 출구전략만큼 추진 시기와 선택 수단, 그리고 사후 처리 등 정책의 3박자를 맞추기 어려운 것도 없다고 한다. ‘출구전략은 정책 예술(exit strategy is policy art)’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정책 3박자 간의 황금률을 지키지 못하면 경제와 증시를 안정시켜야 할 중앙은행이 오히려 망치는 대재앙을 초래한다.
황금률 관점에서 금융위기 이후 추진했던 출구전략과 비교해 보면 첫 단계인 테이퍼링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테이퍼링을 처음 언급한 이후 마무리되기까지 1년10개월이 걸렸으나 이번에는 테이퍼링이 언급되기 시작한 지난 9월 이후 내년 3월에 끝나면 7개월(실행은 4개월)로 짧아진다.
테이퍼링 종료 이후 첫 금리 인상과 연계시키는 다음 수순도 금융위기 땐 1년2개월이 넘게 걸렸으나 이번에는 곧바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Fed 회의에서 제시된 점도표대로 내년에 세 차례 금리를 올린다면 테이퍼링이 종료된 이후 첫 Fed 회의가 열리는 내년 5월이나 6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열린 잭슨홀 미팅 때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완화 기조를 고수한 Fed가 갑작스럽게, 그것도 급진적인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당초 ‘일시적’이라고 봤던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Fed의 통화정책 기준물가인 근원PCE(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은 타기팅 선인 2%를 웃도는 추세가 5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작년 9월 회의에서 결정돼 ‘통화정책 불가역성’ 근거로 활용해온 평균물가목표제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최후 보루선(final draw)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콘택트 추세의 급진전으로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커진 여건에서 인플레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기대심리부터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합리적 기대가설에 따르면 한국은행처럼 ‘금리를 올리고 여전히 저금리 기조다’라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기보다 Fed처럼 급진적인 출구전략으로 시장에 확실한 의지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미국 물가가 한국보다 높고 이 추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목적이 결부되지 않았다면 한은이 지난 8월 이후처럼 금리를 서둘러 올릴 필요는 없었다.
Fed가 앞으로 급진적인 출구전략을 추진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성장 훼손’이다. 하지만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와 달리 코로나19 사태는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쇼크로 재봉쇄로 가지 않는 한 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 Fed가 내년 성장률 전망을 3.8%(9월 전망)에서 4.0%로 상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처럼 재봉쇄로 가면 성급한 금리 인상으로 성장 훼손이 불가피하다. ‘2018년 11월 금리 인상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출구전략은 인플레와 함께 또 하나의 과제인 ‘K자형 양극화’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Fed의 급진적인 출구전략으로 주가 등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 고소득층의 자산 소득은 감소하지만 중하위층의 경우 인플레 안정으로 경제 고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을 넘어선 상황에서 성급한 출구전략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집중돼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
‘정책조화(policy mix)’도 돋보인다. Fed의 급진적인 출구전략 추진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의회는 연방부채상한 문제를 처리해 디폴트 우려를 완화시켰다. 재정정책 측면에서도 중하위층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적 인프라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여야 간 갈등이 심하고 통화와 재정정책 간 엇박자가 나는 우리 경우와는 다르다. 앞으로 출구전략이 본격 추진될 경우 미국보다 우리가 황금률이 깨져 경제와 증시에 대재앙이 닥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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