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인간관계로 고충을 겪는다. 스트레스 종류는 세대별로 다르다. 최근에는 30대 후반~50대 초반 중간관리자들인 ‘낀 세대’의 볼멘소리가 높다. 구세대인 고위 임원들과 버릇없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부하 직원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해서 힘들다는 것. 하지만 이들이 마냥 피해자인 것만도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서 가해자의 대부분이 이 세대다. “자신이 갑질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면서 피해자 행세를 한다”는 게 후배들의 냉정한 평가다.
《직장인의 마음 사용법》은 낀 세대가 이런 오명을 벗어던지고 존경받는 멘토로 거듭나기 위한 리더십 지침서다. 저자인 남충희 박사의 화려한 경력이 시선을 끈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부산시 정무부시장, SK텔레콤 사장, 경기도 경제부지사, KAIST 겸직교수 등 학계·산업계·공직사회를 누비며 쌓은 다양한 경험을 책에 담았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각계에서 경험한 113개의 소통 실패 사례를 중심으로 직장 내 각종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한창 바쁠 때 눈치 없이 휴가를 가겠다는 부하와 이를 모욕적인 말로 거절하는 중간관리자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상사는 부하의 황당한 언행으로 언짢은 일을 겪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 갈등의 진짜 피해자는 모욕이라는 피해를 본 약자(부하)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상사와 부하의 심리부터 분석한다. 그 후 소통 방식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개선 방법을 제시한다. 거칠게 요약하면 평소 둘 사이에 신뢰 관계가 부족했고, 감정 통제 능력과 말하기 기술을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뻔한 내용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와 국내외 심리학·경영학·인지과학 논문 등에 기반한 분석 덕분에 책은 재미있고 유익하다.
공감과 소통 능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실전 지침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간의 공감 능력은 지위가 높아지고 권력이 커질수록 퇴화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자신을 늘 돌아보며 반성해야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한 명 이상의 부하 또는 후배와 함께 일한다면 당신은 상사이며, 부하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의무가 있다”는 말도 인상적이다. 낀 세대를 겨냥한 책이지만 공감과 소통 능력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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