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국내 1위, 세계 6위 타이어 제조회사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 물류 대란, 원자재(천연고무 등) 가격 상승,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등 ‘4각 파도’ 앞에서도 영업이익 증가세(작년 15.5%)가 탄탄하다. 높은 품질로 최근 1년간 납품단가 인상에도 성공해 견조한 실적과 수익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한국타이어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바로 노사 갈등이다. 올해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이 회사 대전·금산공장에서 시작된 전면파업이 벌써 23일째다. 이들 공장이 멈추면서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급기야는 최대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가 한국타이어의 경쟁사인 금호타이어 제품을 일부 차종에 쓰기 시작했다. 16인치 수출용 타이어엔 이미 금호타이어를 장착했고, 15인치도 제품 테스트에 들어갔다. 폭스바겐 등 고객사들도 마냥 기다릴 순 없을 것이다. 한국타이어의 높은 기술력, 시장 신뢰, 고객사 네트워크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판이다.
이번 사태가 1962년 노조 설립 이래 단 한 차례도 파업이 없었던 사업장에서 벌어졌다는 점은 의외다. 올해 노조 선거 방식을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면서 무분규 전통이 일거에 무력화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선명성을 내건 새 집행부는 ‘임금 10.6% 인상’을 요구했다. 그간 연 2~3% 인상률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사측의 5% 인상 및 성과급 500만원 지급안도 거부했다. 가뜩이나 대전·금산공장은 매출이 줄고 이익도 못 내는 문제 사업장인데, ‘글로벌 영업이익 10%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도, 노조도 기업이 존속해야 의미가 있다. 최대 고객사까지 경쟁사에 내주는 노조 투쟁은 단견(短見)의 소치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이미 근로자들의 이달 급여는 100만~150만원 줄게 생겼다. 사측도 협상테이블을 박차선 안 된다. 그제 조업 재개를 위한 출근 통보를 했는데도 기간제 노동자 등 300명(총 근로자 6000명)만 공장에 나왔다고 한다. 근로자들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공급망 애로가 일상화되면서 제조 기업에는 안정적 부품 수급과 제품 생산이 중요해졌다. 노사 화합과 산업현장 평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사 갈등이 교각살우(矯角殺牛) 위험을 더욱 높인다는 눈앞의 교훈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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