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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탐구생활]CJ올리브영 "우리도 플랫폼" 선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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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2월 19일 10: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상장을 앞둔 CJ올리브영이 최근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라는 업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유통업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결합해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비전이다. 올해초 한 주당 약 17만원에 거래된 주가를 내년 상장 때는 30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러나 CJ올리브영이 신세계 그룹의 SSG닷컴과 같이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상장후 머지않아 CJ올리브영 지분을 매각해 지주사 CJ 지분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기 때문이다.
헬스&뷰티 시장 제패해 7년만에 8배 성장
CJ올리브영은 헬스&뷰티(H&B)스토어 시장을 개척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합병 당시 기업가치는 2178억원 정도로 알려졌으나, 올초 사모펀드(PEF)운용사 글랜우드로부터 4141억원을 투자받을때 기업가치는 8배가 넘는 1조84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몇 년 간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며 투자를 계속해왔고, 지난해말 247%로 다소 높다고 지적된 부채비율도 올해초 자본유치로 100%대 초반으로 끌어내렸다.

회사 규모는 지금도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 10일 CJ올리브영은 올해 취급고가 전년 대비 13% 늘어난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히며,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처음으로 매출이 아닌 '취급고'로 실적을 발표했다. 취급고는 물건을 매입하지 않고 중개 역할만 한 거래액이 포함된 개념으로 온라인 쇼핑몰·홈쇼핑 등 기업이 주로 사용한다. CJ올리브영의 플랫폼 기업 전환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CJ올리브영의 경쟁사로 기존 랄라블라, 롭스, 아모레 퍼시픽 대신 무신사·W컨셉·에이블리 등 온라인 플랫폼을 지목하고 있다.

H&B시장에서의 수평적 확장이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일부의 지적과, 과거와 같은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랄라블라, 롭스 등 경쟁자들이 움추러들면서 CJ올리브영의 H&B스토어 시장 점유율은 현재 약 85%에 달한다. 올해도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다. 온라인 사업 확장도 순조롭다. 온라인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58% 늘었다. 오프라인 취급고도 13% 성장세를 기록했다. CJ올리브영의 회원 수는 1000만명에 이르며. 모바일 앱의 월간 순방문자 수(MAU)는 333만 명을 넘어섰다.
최악의 시나리오와 바람직한 모습은
CJ올리브영은 좋은 실적과 전망을 바탕으로 최대 4조원 대의 상장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을 개척해 1조84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나 이보다 큰 주가를 인정받으려면 다른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현재 증시 분위기에서 플랫폼 기업이라면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비율(EV/EBITDA)은 20배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CJ올리브영의 플랫폼 전환이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관건이다.

공모주 투자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나쁜 미래는 지난 8월 '모빌리티 플랫폼'을 내세워 상장한 롯데렌탈의 사례다. 주 당 5만9000원에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내려 현재는 공모가 대비 35%가량 빠진 3만8000원 내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개인 등 대부분 투자자들이 롯데랜탈의 모빌리티 플랫폼 전환 계획을 신뢰하지 않고, 너도나도 주식을 내던졌다는 얘기다. 한 대형 증권사 IB부문 관계자는 "공모주 투자에 실패 사례가 몇 차례 나오면서 이제는 기관들도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빠르게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7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디지털(IT) 인력 채용에 나섰다.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동안 외부 업체에 맡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인터넷 홈페이지 개발·운영 등 관련 업무의 80% 이상을 회사 내부에서 담당하기로 했다. 다만 기업의 기존 인력과 IT인력들이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투자자들에게 최악의 상황은 대주주가 단기간에 지분을 대거 정리하는 '낙동강 오리알' 시나리오의 현실화다. 상장후 CJ올리브영의 주가가 급격한 내리막을 걷는다면 대주주가 사익을 추구했다는 비난까지 받을 수 있어 CJ그룹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미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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