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하루 수백 번씩 장갑에 소독액을 적시고 검사를 하다 보면 손가락이 얼어붙어 굽히고 펴는 것도 어려워져요. 장갑을 벗고 곪은 손을 닦는 직원들을 보면서 매일 차오르는 눈물을 삼킵니다.”
문영신 서울 구로보건소장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년 넘게 보건의료 분야에서 종사했지만 요즘처럼 현장에서 좌절감이 느껴진 때는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후 매일같이 격무의 연속이었지만, 보건소 업무는 지난달부터 더 늘었다. 재택치료자 관련 업무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재택치료 관리명단을 뽑고, 물품키트를 분배해 나눠주며, 환자를 모니터링하다가 필요시 약 배달도 한다.
확진자 급증으로 검사 건수와 역학조사 건수는 한 달 전보다 두 배로 늘었다. 문 소장은 “위드 코로나 전에는 하루 3000명을 검수했지만 최근엔 하루 6000명을 보고 있다”며 “확진자가 늘면 접촉자로 분류된 사람들에 대한 검사가 많아지고, 역학조사와 방역, 재택치료 관리 등이 동반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문 소장은 “끝없이 증가하는 업무를 해내고 있는데도 코로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면서, 직원들이 지쳐가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구로보건소에는 선별진료소 기간제 직원을 포함해 14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충원됐지만 부족한 인력은 어쩔 수 없다.
지난 한 해 기저질환이 있거나 장기 피로에 육체적으로 힘들어하는 직원 10명가량이 병가와 휴직을 냈다. 그는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하는 직원이 많아 걱정”이라며 “보건소 건물만 봐도 울렁거린다거나, 언어장애를 호소하는 등 심리적 증상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소 직원들의 사상이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부산 동구보건소의 한 직원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달 말엔 격무에 시달리던 경북 안동시 보건소 팀장이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했다.
문 소장은 “선별진료소 운영에 대해 용역을 주거나, 독감처럼 모든 병의원에서 코로나 검사와 환자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등 지금까지 해 오던 것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민간 의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공공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목이 쉰 채로 답하던 문 소장은 “피곤이 누적돼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때가 많지만, 시민과 직원들의 노고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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