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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자영업자에 年5000% 高利 뜯은 사채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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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도권 등 전국 8곳에서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한 조직원 4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100만원을 빌려주면 서류비 등 명목으로 40만원을 떼간 뒤 60만원만 주고 1주일 뒤에 100만원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이런 식으로 취준생·자영업자 등 7900여 명에게 최고 연 5214% 이자를 매겨 146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졌다. 그 뒤로 “최고금리 인하로 제도권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불안감을 빌미로 불법 대부행위를 저지른 범죄자가 1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취업난을 겪는 20대였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7~10월 4개월 동안 ‘불법 대부업 집중단속’을 벌여 1001명(446건)을 검거했다. 미등록 운영 등 대부업법 위반이 666명(26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자율 제한 위반 154명(94건), 폭행·협박 등 불법채권 추심은 181명(90건)이었다.

이번 단속은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불법 사채가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에 따라 이뤄졌다.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심사가 강화돼 불법 사채를 찾는 취약계층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6월 ‘불법사금융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집중 단속을 벌였다. TF에는 경찰을 비롯해 법무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불법 대부는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소상공인과 청년층을 상대로 이뤄졌다. 9월 부산에서는 작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243명에게 연 4000% 이자를 매겨 2억5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 25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제도권 대출이 힘든 취약계층을 상대로 10만~50만원 소액 대출을 해주고 고액의 이자를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출 전 채무자에게 얼굴 사진을 비롯해 가족, 친구 등의 연락처를 받았다. 돈을 제때 안 갚으면 욕설을 하고 가족과 지인에게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은 코로나19 등 경기 침체로 직장을 잃은 젊은 층”이라고 말했다.

2010년 연 44%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2018년 24%로 내려간 뒤 지난 7월 20%로 낮아졌다. 이와 동시에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체 수는 2018년 1500개에서 지난해 1077개로 28.2% 줄었다. 법정 최고금리가 대출 원가(21%)보다 낮아진 게 줄폐업의 원인이었다.

이번 집중단속 기간을 포함, 경찰이 올해 10월까지 불법 대부업과 관련해 검거한 건수는 877건이다. 지난해(1592건), 2019년(2439건)과 비교하면 검거 건수가 줄었다. 하지만 혐의별로 보면 미등록 운영 등 대부업법 위반 건수만 2019년 1308건에서 올해 469건으로 급감했다. 이자율 제한 위반과 불법추심 혐의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미등록 대부업체가 줄었을 뿐 이자율 위반과 불법 추심 등 행위는 여전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다중 채무 탓에 불법 사채를 받을 여력조차 없는 취약계층이 많아져 불법 사채 업체도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2017년 말 404만2000명에서 지난해 말 423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채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금리 상한선을 27.9%에서 24%로 낮춘 2018년 2060건이던 불법 대부업 검거 건수는 1년 뒤인 2019년 2439건으로 증가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 중 상위 20곳을 제외하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한계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는 결국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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