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5일 08: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경영 위기에 처한 메가박스중앙과 CJ CGV 등 멀티플렉스업체들의 ‘신종자본차입’이 증가하고 있다. 빚과 자본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는 신종자본차입은 회계상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내지만 무거운 이자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메가박스중앙은 14일 특수목적회사(SPC)인 세레니티제이차로부터 300억원의 대출을 실행 받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 대출의 만기는 30년이지만, 메가박스중앙의 선택으로 계속 연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만기일 반드시 현금 상환 의무를 지니는 채무’가 아니면 자본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도록 한 국제회계기준(IFRS)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영업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메가박스중앙의 이같은 신종자본차입은 4개월 만이다. 작년에 682억원의 연결 영업손실을 낸 이 회사는 지난 8월에도 비슷한 구조로 5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두 대출 모두 3년 뒤 이자비용의 상향조정(스텝업) 조항을 담아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리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계열사인 제이콘텐트리가 보증인 역할로 두 대출재원 마련(유동화증권 발행)에 참여했다.
매출 규모가 다섯 배 더 큰 CJ CGV와 계열사들도 영구채 또는 비슷한 형태의 대출로 영업비용을 조달하고 있다. CJ CGV는 가장 최근인 지난 8일 16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작년 10월 이후로만 네 번째 발행이다. 각 영구채의 발행 금리는 최소 연 4.2%에서 최고 5.5%에 달한다. 메가박스중앙은 이보다 더 높은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멀티플렉스업체들의 영업실적은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단기간 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CJ CGV 신용등급을 ‘A-(부정적)’로 평가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두 단계 더 낮은 ‘BBB(안정적)’ 등급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두 회사 모두 두 단계씩 등급이 떨어졌다.
CJ CGV는 지난해 3887억원의 영업손실과 7500억원이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말 총차입금은 약 3조2000억원으로 1년 간 2000억원 정도 불어났다. 메가박스중앙의 총차입금도 같은 기간 약 6900억원으로 2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멀티플렉스업체들이 부채비율 개선 효과를 노린 고금리 신종자본차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며 “빚 부담을 키워 재무 개선을 더 어렵게 하는 독사과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