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1주일 가까이 800명대를 기록하면서 수도권의 ‘병상 대란’이 대전·강원 등 비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아수라장이 된 의료 현장을 생각해서라도 지금 당장 ‘긴급 멈춤’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876명이다. 지난 8일 이후 엿새 연속 800명대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하 코로나19 수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는 이달 중순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확진자는 5817명으로 일요일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중환자실 병상 고갈은 수도권을 넘어 비수도권으로 퍼지고 있다. 전날 기준 코로나19 중환자실 가동률은 △서울 90.6% △인천 92.4% △경기 81.9%다. 대전·강원·경북에선 남은 병상이 아예 없다. 세종·충북은 한 개뿐이다. 이날 정부는 비수도권의 코로나19 위험도 단계를 ‘중간’에서 ‘매우 높음’으로 두 단계 격상했다. 수도권과 전국의 위험도는 지난주에 이어 ‘매우 높음’이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수도권에선 이미 확산세가 의료 대응 역량을 초과했고, 비수도권에서도 곧 한계에 도달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고강도의 방역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등 3개 단체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긴급 멈춤과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일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을 10~12명에서 6~8명으로 줄였지만, 다음주에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번주 월요일과 수요일 사이에 확진자가 증가하고 의료 체계의 여력이 감소해 위험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사적 모임 추가 규제, 식당·카페의 이용시간 제한 등이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도 빠르게 세(勢)를 불리고 있다. 전날 기준 오미크론 누적 감염자는 114명이다. 전북에선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24명이 무더기로 확진됐고, 전남 함평에서도 3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오미크론의 전파 속도가 델타보다 약 두 배 빠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 오미크론 환자를 분석한 결과, 평균 세대기(환자 1명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는 2.8~3.4일이었다. 델타 변이(2.9~6.3일)보다 짧다.
다만 감염자 4명 중 1명은 무증상이었고, 유증상자도 발열·인후통·기침 등 증상이 가벼웠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인 ‘잠복기’는 평균 4.2일로 델타(3~5일)와 비슷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