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미대 나온 것을 신분으로 이해하는 게 문제"라고 발언했다. 가수 겸 화가 솔비의 국제예술상 대상 수상을 둘러싸고 그가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자 사실상 솔비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솔비의 수상 논란을 언급한 기사를 인용하면서 "미대 나온 걸 신분으로 이해하는 게 문제"라며 "작가는 신분이 아니라 기능이다"고 적었다. 미술 비전공자로서 미술계 일각의 비난을 받고 있는 솔비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솔비는 이달 3~4일 이틀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해양박물관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에서 '2021 바르셀로나 국제예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를 두고 미술계 일부는 불편한 시선을 드러냈다.
현직 화가인 이진석씨는 지난 8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솔비가 대상을 받은 아트페어는 대단한 권위가 있는 아트페어가 아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소형 아트페어에 나가 상을 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가나아트에서 전시했던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과 너무 비슷했다"며 표절 의혹도 제기했다.
'홍대 이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미술 작가 이규원씨도 이튿날 유튜브 채널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나와 "한국의 아트페어 수준이 100이라면 FIABCN는 마이너스(-)30 정도"라며 "한국 아트페어도 1000명이 훌쩍 넘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데 이 아트페어에는 60명 정도 참여했다더라"고 지적했다.
비판을 접한 솔비 측은 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반박했다. 아트페어 조직위원회에서 정식 초청 공문을 보내와 참가하게 됐고 해당 행사는 올해 전시를 포함해 10년이 된 바르셀로나 권위 있는 예술행사라는 설명이다.
한편 진 전 교수는 댓글창에서 누리꾼과의 설전도 벌였다. 한 누리꾼이 "미대 나온 작가들이 솔비보다 그림을 못그려서, 기능이 부족해서 주목받지 못하겠느냐. 최소한 제도권 교육은 제대로 된 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 '기본기'는 준다"고 밝히자 진 전 교수는 "작가 되기 위해 굳이 미대 나올 필요 없다, 이 말이 그렇게 어렵나"고 답했다.
진 전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미학을 전공했고 1992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학 오디세이'와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현대미학 강의' 등을 펴냈다.
신민경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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