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가 ‘광고’가 아닌 ‘중개’ 행위에 해당한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별도의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않은 핀테크 기업이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저촉 소지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무법인 광장과 디지털금융법포럼은 지난 7일 ‘금융플랫폼 규제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대면인지 비대면인지에 따라 금융상품 판매 방식의 차이가 큰 만큼 금융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전통적인 금융 규제와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환경 변호사와 이한경 변호사에 따르면 대면 방식의 금융상품 판매는 금융소비자가 계약체결 의사를 가진 상태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대면 채널의 경우 소비자가 계약체결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 파악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외에도 비대면 방식은 대면 방식에 비해 금융소비자가 △대인적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언제든지 상품 판매절차를 중단할 수 있으며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의 금융 법령은 대면 금융상품 중개를 전제로 해 엄격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데, 소비자에 대한 구속력이 크지 않은 금융플랫폼에 대해선 합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두 변호사는 모든 업권의 금융상품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는 진입규제를 새로 만드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행 법령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업권별로 별도의 판매 관련 진입규제를 두고 있다. 하나의 라이선스만 있어도 여러 업종의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중개할 수 있도록 한 일본의 ‘금융서비스 중개업’을 참고할 만하다는 주장이다.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소비자의 금융정보를 한데 모아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 추천 서비스 등을 가능케 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지난 1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금소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핀테크 업계의 수장 격인 류영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카카오페이 대표)도 지난달 “이대로 가다가 (한국이) 핀테크 후진국이 될 수 있다”며 정부를 향해 날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류 협회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소법으로 (금융 플랫폼) 서비스가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은 핀테크 규제보다 육성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핀테크의 금융상품 추천 과정에서 ‘사고’가 터지면 강한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해도 되는데, 서비스를 원천 막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소비자가 편리하고 자세하게 자신에 적합한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와 법조계 등에서 지적에 잇따르자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근 규제 완화 의지를 내비쳤다. 고 위원장은 지난 9일 핀테크 업계와 첫 간담회를 열고 “온라인 금융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보호 원칙은 지켜나가되 맞춤형 비교·추천 등 혁신적 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규제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