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백신과 거리두기, 딱 두 가지뿐이다. 최근 며칠간 코로나19 확산세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3대 지표(신규 확진자수, 위중증 환자수, 사망자 수)가 일제히 치솟자 정부가 손에 쥐고 있는 패를 다 풀기로 했다.
먼저 백신. 접종완료 후 4~5개월로 잡았던 ‘부스터샷’(추가접종) 시점을 3개월로 당기기로 했다. 정부는 또 지난주 내놓은 사적모임 허용인원 축소(10~12명→6~8명) 및 방역패스 확대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을 끄기엔 너무 늦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섣부르게 시작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인해 겨우겨우 막아놨던 방역의 둑이 터진 만큼 이를 다시 메우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부스터샷 3개월로 단축
10일 정부가 발표한 ‘부스터샷 접종간격 단축 계획’에 따라 2차접종을 마친 지 3개월이 지난 18세 이상 성인은 13일부터 부스터샷을 예약할 수 있고, 15일부터 맞을 수 있다. 현재 연령·직종 등에 따라 △4개월(60세 이상, 요양병원·시설 및 의료기관·기저질환자 등 18~59세 고위험군) △5개월(18~59세 일반국민)로 세분화된 부스터샷 접종시점을 일괄적으로 3개월로 조정한 것이다. 부스터샷 접종시점은 지난 9월 6개월에서 지난달 4~5개월(50세 이상)로 바뀐 뒤 이번에 또다시 조정됐다. 3개월여 만에 두 차례나 바뀐 셈이다.
부스터샷 접종시점을 당긴 이유는 간단하다. “당초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6개월 정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아줄 걸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3~4개월이 지나자 효과가 급격히 떨어졌다”(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는 것이다.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5배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0일 기준으로 부스터샷을 맞은 사람은 모두 528만 명이다. 정부는 일정 조정으로 연내 추가접종 대상자가 1699만 명에서 2461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모두 맞으면 현재 10.3%인 부스터샷 접종률이 40%대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3개월로 당긴 데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대지 못했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접종 완료 후 항체효과 유지기간 등을 다룬 연구결과는 없다”며 “경험적으로 3개월을 기점으로 항체가 감소 추세에 들어가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미국 스웨덴 덴마크 등은 부스터샷 시점을 접종 완료 후 6개월로 잡고 있다. 3개월로 단축한 국가는 영국과 그리스뿐이다. 정부는 부스터샷 시점을 당겨도 방역패스 유효기간(6개월)은 유지키로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하면 인과성 평가 근거가 불충분해도 최대 5000만원의 위로금을 주기로 했다.
사적모임 인원 더 줄일 듯
정부는 백신, 거리두기 등 투트랙 방어수단 가운데 거리두기 대책은 코로나19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 내놓기로 했다.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의료계는 다음주에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를 두고 ‘특단의 조치’라고 불렀다.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특단의 조치에 대해 “지난 3차 유행 때 가장 강력했던 조치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와 ‘식당·카페 영업시간 제한’이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이런 조치들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통제관은 다만 “현재로선 6일부터 발동한 특별방역 대책으로 유행세를 최대한 누그러뜨리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추가 방역조치 시행은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확진자 규모를 예측하는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가 “연말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 등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높아서다. 오미크론이 세(勢)를 불리고 있는 것도 악재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사적모임 인원 4~6명으로 추가 감축 △식당·카페 영업시간 밤 9~10시로 제한 △유흥시설 영업 금지 등을 내놓을 것으로 의료계는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6일부터 사적모임 인원을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각각 4명 축소하고 식당·카페 등 각종 실내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 적용을 확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번 불이 붙은 코로나19 확산세를 잡는 데는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