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광물도 안보자원으로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자원안보기본법은 현재 석유·가스 중심으로 설정된 자원안보 개념을 수소·재생에너지·광물 등으로 확대하는 게 주요 골자다. 중국의 수출 차단으로 예상치 못한 공급 대란을 겪었던 요소수 사태를 교훈 삼아 신재생에너지와 주요 광물을 안보 차원에서 다루기 위한 조치다.
앞으로 주요 산업에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희소금속 비축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핵심광물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 국내 개발 가능한 광산을 확보하고,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과 에너지 통상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희소금속 비축일수를 기존 56.8일에서 100일로 확대했다. 추가 검토를 통해 규소, 희토류, 니켈, 코발트 등 주요 금속은 비축일을 최대 180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를 통해 주요 광물에 대한 확보-비축-순환의 3중 안전망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요소수 문제에 조기 대응하지 못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한국형 자원안보 진단지표도 개발한다. 자원 안보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리스크 요인을 파악해 비상시 에너지 위기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탄소중립 전환 과도기에 필요한 석유·가스 자원의 안정적 확보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정부 비축유를 2025년까지 1억 배럴 이상으로 늘리고, 액화천연가스(LNG)는 중동으로 쏠린 공급망을 미국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이날 제3차 경제안보 핵심 품목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해 경제안보 핵심 품목 100개를 확정했다. 또 대외의존도가 높은 4000여 개 품목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EWS) 등급을 배정했다. 시급성·중요성을 감안해 A-B-C-D의 4단계로 구성된 EWS 등급을 부여, 등급별로 점검 주기 및 점검 방식 등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A등급은 매주, D등급은 분기별로 점검하는 식이다.
○탄소중립 계획도 구체화
정부는 이날 ‘산업·에너지 탄소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면서 11개 주요 기업과 함께 94조원을 탄소중립 분야에 쏟아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바이오 플라스틱, 차세대 2차전지, 저탄소 생산소재 등 친환경·고부가 품목 비중을 2018년 기준 16.5%에서 2050년까지 84.1%로 5배 늘린다는 구상이다. 제조업 탄소집약도도 86% 줄이기로 했다.탄소중립 전략을 구체적으로 보면 에너지 분야에서 2023년부터 에너지 다소비 사업자를 대상으로 태양광, 연료전지 등 분산에너지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에너지 다소비 사업자는 연간 에너지를 2000toe(석유환산톤) 이상 사용하는 사업자로 대기업은 대부분 해당된다. 내년에 관련법 개정을 통해 한국전력 등이 에너지 효율성 개선에 의무 투자토록 하는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 제도(EERS)’도 도입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해 전력계통망을 선제적으로 설치하고, 급전순위 결정 시 환경비용을 반영하는 환경급전 확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과도기적으로 활용이 불가피한 화석연료 발전은 암모니아와 수소를 활용한 혼소발전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밖에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새롭게 창출될 신산업 육성에도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우선 2030년 수소운반선을 상용화하고, 2050년까지 태양전지 효율을 4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밖에 2040년까지 바이오플라스틱 상용화 등을 제시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래 저탄소 시장에서도 한국 경제를 책임질 주역은 제조업과 기업”이라며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고탄소 유리천장을 극복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