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지만 정부와 국회 인식이 안이해 걱정이다. 전문가들의 거듭된 경고 속에 수입물가, 소비자물가 등 지표로도 빨간불이 확인되는데도 위기감은커녕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어서다. 지금의 물가 급등은 세계적 추세여서 비상한 자세로 대응해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정부 합작으로 돈풀기를 해대면 금리를 올려봤자 소용없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됐을 때 겪게 될 어려움은 다시 언급하기도 끔찍하다. 경제적 약자부터 핍박하지만 대항하기도 어려워 ‘소리 없는 대량 살상무기’라고 하지 않는가. 일상에선 이미 장보기가 무섭다고 한다. 유류세 한시 인하로는 에너지 가격 방어에도 한계가 드러날 것이다. 마구 손댄 부동산 세제로 가속화하는 전세 소멸과 월세 급등은 주거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이자 부담은 커지는데 정부가 가처분소득을 줄여버린 꼴이다. 이렇게 되면 숱한 논란 속에 올린 최저임금도 의미가 없어진다. 오히려 급등한 최저임금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 되돌아보고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코로나 충격 와중에 금리를 두 차례나 올린 것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서였다. 내달 추가 인상론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인플레 파이터’라는 중앙은행 기본역할은 하겠다는 자세다. 금리 인상에 따른 다양한 파장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에 글로벌 공급망 이상과 물류난에 따른 물가 급등을 무엇보다 위험하게 본 것이다.
하지만 정부·국회발(發)로 ‘인플레 기름 끼얹기’가 계속되면 금리정책이 다 무슨 소용이겠나. ‘50조원 지원하자’던 게 하루아침에 100조원으로 뛰고, 여야가 이런 데서는 바로 야합하려 든다. 608조원 초슈퍼예산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추경편성 주장이 나오는데도 정부는 말이 없다. 정부부터 내년 예산의 4분의 3을 선거가 있는 상반기에 몰아쓴다니 달리 할 말도 없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빚어질 국민 고통과 혼란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이럴 수는 없다. 위기 상황에서는 금리·금융정책과 재정·거시정책을 잘 조합해야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돈풀기를 자제하고, 취약계층을 최악의 궁지로 모는 인플레 방어에 나서야 한다. ‘국민 식품인 양파값이 정권을 좌우한다’는 인도 ‘양파 선거’의 시사점이 무엇인지 국회도 한 번쯤 진지하게 돌아보기 바란다. 인플레를 조장하면서 서민·민생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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