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의미하는 ‘네 마녀의 날’을 맞아 투자자의 관심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쏠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도 선물을 대규모로 순매수하며 국내 시장에 ‘베팅’을 이어갔다.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날임에도 지수에 타격은 없었다. 코스피지수는 9일 0.93% 오른 3029.5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기관투자가는 약 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개인투자자는 500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물 약 13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코스피200 선물은 약 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균 삼성증권 이사는 “이번주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200 3월물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많이 쌓았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현·선물 동반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10월까지 매달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물 주식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달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4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 이사는 “외국인 투자자가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매수하면서 위력이 약해진 개인투자자의 공백을 수급 측면에서 받쳐주는 모습”이라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도 배당을 위해 대형주 위주로 매수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당락 전까지 대형주에 수급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국내주식전략팀장은 “지난해 12월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 순매수는 올해 1분기 상승장에서 중요한 변수였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온 이유는 그동안 한국 시장을 팔도록 했던 변수들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 달러 강세, 중국의 규제, 반도체 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10월까지 한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팔아왔다”며 “달러가 안정화되고 중국은 지준율을 인하하고, 반도체 현물 가격이 돌아서면서 외국인 투자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시장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기·전자 업종을 집중적으로 팔아온 만큼 돌아올 때도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1조5900억원) SK하이닉스(2300억원) 삼성전자우(2000억원) LG화학(1000억원) 크래프톤(1000억원) 순이었다. 이날 삼성전자는 1.03% 오른 7만8200원, SK하이닉스는 2.92% 오른 12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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