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가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겪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망자와 중증 환자가 예상만큼 크게 늘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백신 예방 효과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중증 악화를 막는 데엔 여전히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남아공 하우텡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해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환자는 2% 정도다. 델타 변이가 유행하던 시기 확진자의 11%가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오미크론 진원지인 남아공에서 이 변이 감염자를 처음 확인한 것은 지난달 14일이다. 유행이 시작된 지 24일가량 지났지만 중환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남아공 츠와네의 한 병원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환자 42명 중 산소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9명이었는데 모두 백신 미접종자였다. 나머지는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없거나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샤비르 마디 남아공 위트와터스랜드대 백신학과 교수는 “무척 긍정적”이라며 “돌파감염과 재감염 사례가 많지만 궁극적으로 입원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이 코로나19를 주요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대응력을 높인 것은 전파력과 치사율 때문이다. 하지만 치사율이 낮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년 독감이 유행해도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코로나19도 사회가 유행을 받아들이는 질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가 외치고 있는 ‘코로나19와의 공존(위드 코로나)’이다.
남아공에서 중환자가 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19에 감염돼 면역력을 키운 사람이 많은 게 원인 중 하나다. 재감염이 잘 되지만 한번 면역이 생기면 중증으로 나빠지진 않는다는 의미다. 남아공의 아프리카보건연구소(AHRI)는 화이자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런 가능성을 확인했다. 백신 접종자의 혈액 속 중화항체의 방어 능력은 오미크론 변이가 들어갔을 때 초기 우한 바이러스보다 4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한번 감염된 뒤 백신을 맞은 사람은 항체가 비교적 효과를 냈다. 백신 3차 접종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선진국에서 오미크론 감염이 잇따랐지만 사망자가 없는 것도 희망을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의 오미크론 환자는 확진 열흘 만인 이날 업무에 복귀했다. 이스라엘 최대 병원인 셰바메디컬센터 의사인 엘라드 마오르는 “48시간 동안 열이 났고 72시간 동안 극도로 피곤했다”며 “근육 통증도 있었으며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다만 백신을 맞으면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준 최소 52개국에서 오미크론 환자가 확인됐다. 영국에선 매일 1000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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