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아온 정현호 사장(사진)이 6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에서는 ‘빠른 인사’나 ‘발탁’이 아니며 오히려 때늦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의 승진을 ‘성장동력 발굴 강화’를 위한 사업지원TF의 적극적인 역할 확대로 해석하고 있다. 사업지원TF의 역할이 삼성전자 및 관계사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미래 사업을 찾는 것이었는데 정 부회장의 승진으로 조직에 더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삼성을 대표하는 ‘전략통’으로 알려져 있다. 덕수상고와 연세대 경영대를 졸업한 뒤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부장 시절까지는 주로 재무 회계 국제금융 부문에서 일했다.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도 밟았다. 같은 과정을 거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동문인 셈이다. 이후 완성도 높은 업무 능력과 신속한 전략적 사고를 높이 평가받아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과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이 부회장의 소통 창구 역할도 해왔다. 그러면서도 공식적인 자리엔 직접 나서지 않는다. 자칫 자신의 말이 이 부회장의 뜻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이 정 부회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미래 전략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제고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가 미래 전략의 초안을 내놓고 계열사들의 의견을 조율하면 그간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동안 삼성은 이 부회장의 법적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이렇다 할 신사업을 내놓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면서도 정 부회장을 지근 거리에 둔 것은 ‘뉴삼성’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는 소수 정예 조직이다. 4명의 부사장을 포함해 14명의 임원이 정 부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삼성 측은 정 부회장이 승진했다고 해서 조직을 크게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미래전략실의 부활이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특검 수사 대응을 주도했던 김수목 부사장이 세트부문 법무실장(사장)으로 임명된 점도 눈에 띈다. 검사 출신인 김 사장은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회사를 떠나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로 다시 돌아왔다. 김 사장과 함께 이 부회장 관련 소송을 맡다가 삼성을 떠났던 엄대현 부사장도 김 사장보다 앞서 삼성에 합류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법률 리스크를 집중 관리할 인력을 보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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