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한 연구진이 바퀴벌레 등에 ‘센서 배낭’을 설치해 재난 현장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돕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어 주목받는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난양공대(NTU) 연구팀이 마다가스카르휘파람바퀴벌레 종을 이용해 이 같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구조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에 바퀴벌레를 투입해 생존자 유무를 확인하고, 지형지물 등 현장 정보를 취득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구에 사용된 바퀴벌레 종은 성체의 평균 몸길이가 약 6㎝로 싱가포르 내 다른 바퀴벌레 종보다 2㎝가량 더 길다. 몸무게는 평균 23g 정도에 달한다.
NTU 기계항공우주공학부 사토 히로타카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바퀴벌레에 5.5g 무게의 장비를 얹어 구조 활동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부착되는 장비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가스를 경고할 수 있는 센서와 소형 적외선 카메라다.
장비를 부착한 바퀴벌레들은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이 있는지 탐색하는 일을 돕는다.
싱가포르 내무부 산하 안전관리기관인 HTX의 옹 카 힝씨는 "위험한 작고 좁은 공간을 탐색할 수 있는 로봇 곤충 팀을 배치하면 최전선 대응자(구조대)를 보호하고 구조팀 운영의 민첩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 발견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센서 배낭을 멘 바퀴벌레들이 87%의 정확도로 사람과 사람이 아닌 물체를 구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마다가스카르휘파람바퀴벌레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종으로 사람보다 10배 이상 방사선을 잘 견디고, 옆구리에 있는 숨구멍을 통해 호흡할 수 있어 머리 없이도 7일간 생존할 수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