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주택에 한해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린 소득세법 개정 전후의 주택시장 반응을 보면 의미심장하다. 세법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또 매매자들은 세금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 거듭 확인된다.
정부와 거대 여당이 장악한 국회는 그동안 오류투성이의 부동산 세제를 바로잡으라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비판여론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전이 본격화하고 집값이 계속 핫이슈가 되자 속전속결로 시행일자도 없는 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계약부터 등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리는 주택거래 특성상 이 법의 시행일을 두고 혼란이 빚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 관보 게재 등 절차를 한껏 서둘러 내년부터가 아니라 이르면 8일부터로 최대한 앞당겨 시행하기로 한 이유다.
다주택자는 여전히 배제돼 거래 활성화에는 부족하지만, 이번 양도세 부담 완화가 시장 숨통을 조금은 틔운 셈이다. 이처럼 ‘작은 개선’도 갑자기 법을 고치니 시장 혼선을 빚는 불안요인이 됐다. 세법, 특히 부동산 관련 세법이 이렇게 무섭다. 선거가 급하다고 시행일도 정하지 않은 채 세법을 고친 것만큼이나, 12억원이라는 비과세 기준도 급조됐다. 제대로 된 여론수렴이나 논리적 근거도 안 보인다. 14년간 그대로였던 소득세법상 ‘고가 주택’ 기준이 갑자기 12억원이 돼버린 것이다.
고가 주택 기준 하나만 봐도 부동산 세제가 얼마나 들쭉날쭉 무원칙인지 잘 알 수 있다. 재산세에서 감면 기준은 9억원이다. 9억원은 임대사업자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기준도 되고, 주택연금 가입 잣대도 된다. 1주택자 월세에 대한 면세, 건강보험 피보험자 자격 여부까지 폭넓게 활용되는 기준이다. 종부세에선 11억원이다. 주택 수요자에겐 법만큼 무서운 금융회사 대출 기준이나 중개수수료 최고요율은 15억원을 기준 삼는다.
과세 각론으로 가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보유세제는 공시가에 따르고, 양도세와 대출은 시세에 맞춘다. 난수표 같은 규제로 세분화된 지역, 주택보유수, 보유·거주기간까지 감안하면 과세 기준의 가짓수는 헤아리기도 어렵다. 양도소득세 계산을 포기했다는 ‘양포 세무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종부세 고지서 발부 이후의 숱한 문제 제기와 반발도 급등한 세율 탓만이 아니다. 과잉 누진 외에도 감면과 중과세가 너무 복잡해 당사자도 미처 예상 못 한 세금 폭탄에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위헌소송까지 진행되는 것이다.
고가 주택 하나조차 일관된 기준 없는 누더기 세제가 시장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민 분노와 갈등을 키우고, 정부 신뢰 추락을 자초했다. 근본 정비는 다음 정부로 넘길 수밖에 없게 됐지만, 현 정부는 최소한의 정상화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한다. 종부세는 오류정정 기간을 충분히 정해 기가 막힌 세금 폭탄이라도 바로잡고, 재산세와 합치는 ‘보유세 통합안’ 정도는 내놓고 임기를 마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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