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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항구에 정박하기 위해 45일 동안 79척의 선박이 대기했다. 반면 아마존 선박은 하역까지 단 이틀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CNBC방송은 5일(현지시간) 물류 애널리스트 스티브 페레이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CNBC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글로벌 물류대란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로 워싱턴주 등 북쪽 항구를 이용한 ‘틈새 전략’을 꼽았다. 대형 항구지만 혼잡하고 정체가 심한 미 서부의 LA·롱비치항을 고집하지 않은 게 전화위복이 됐다는 분석이다.
페레이라 애널리스트는 “트럭을 통한 내륙 운송을 감수하면서도 워싱턴주의 유명하지 않은 작은 항구를 찾아내 하역장으로 활용한 아마존 방식이 적중했다”며 “대부분 기업은 2~3주에 달하는 대기 시간을 예상하면서도 LA항으로 선박을 이동시켰지만 아마존은 우회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CNBC는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물류대란이 다시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아마존의 대책이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마트를 비롯해 코스트코 홈디포 타깃 등 미국의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도 아마존처럼 자체 선박을 확보해 LA·롱비치항을 벗어나 다른 항구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또 중국에서 53피트(16.15m) 규모의 컨테이너를 자체 제작하고 있다. 물류 대란으로 인한 수요 급증으로 컨테이너가 부족해졌고, 가격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2000달러 정도였던 컨테이너 가격은 10배가량 급등해 2만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아마존은 지난 2년간 5000~1만 개의 컨테이너를 자체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컨테이너를 빌려 쓰는 다른 기업들이 컨테이너를 사용한 뒤 아시아 지역에 반납하는 수고로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아마존은 자체 컨테이너를 내륙 운송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은 자체 물류망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데이브 클라크 아마존 월드와이드 소비자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아마존이 늦어도 내년 초에는 미 연방우정청(USPS)과 UPS 등을 제치고 최대 택배업체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체 물류 인프라 기술을 구축한 덕분에 안정적인 물류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이 2019년 투입한 물류 운송비는 380억달러였으며, 지난해엔 그보다 60% 많은 610억달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