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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감기와 비슷"…전파력 세지만 치명률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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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일반 감기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코드를 갖고 있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오미크론이 기존 코로나19보다 전파력은 강한 대신 기침·두통·피로감 등 증상이 가볍고 치명률은 훨씬 낮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기 수준으로 앓고 지나가는 감염병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사적모임 제한 등 방역대책이 필요 없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치명률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에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일반 감기와 결합해 면역체계 우회”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 정보분석업체 엔퍼런스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감기를 유발하는 ‘HCoV-229E’ 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HCoV-229E는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는 기존 코로나19와 달리 기침·두통 등 증상이 가벼운 일반 감기(common cold)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연구진은 코로나19와 감기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된 환자의 몸 안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반 감기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환자 1명이 몇 명에게 퍼뜨리는지 나타내는 수치)는 2~3이다. 국내 기준 1.1 안팎인 델타 변이보다 높다.

의료계에선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보다 5배 강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벤키 순다라라잔은 “오미크론이 감기 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를 통해 인간의 몸에 더 잘 적응하고, 일부 면역체계를 우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이 최근 발생한 게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미크론 공동 발견자인 볼프강 프라이저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대 교수는 “오미크론 초기 형태는 알파·베타 변이가 나타나기 전 이미 별개 바이러스로 진화했다”고 밝혔다고 독일 dpa통신이 전했다.
“델타 변이 같은 호흡곤란 증세 없어”
쟁점은 ‘오미크론이 얼마나 위험한지’다. 순다라라잔은 “바이러스는 통상적으로 감염력이 높아지는 쪽으로 진화하는 동시에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특성은 상실한다”고 했다. 일반 감기의 유전자 코드는 지금까지 유행한 코로나 바이러스엔 없었고, 오미크론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점도 “오미크론이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기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독일 감염병학자 카를 라우터바흐)는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델타 변이의 주요 증상인 호흡곤란도 오미크론 환자들에게선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미크론이 가장 크게 확산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사인 모세세 포아네는 “오미크론 환자는 두통과 현기증, 식욕 감퇴, 체력 저하,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어 입원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3일 오미크론과 관련된 사망자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미크론 확진자는 세계적으로 500여 명, 의심환자는 4만여 명에 달한다.
치명률 두고 전문가 의견 ‘분분’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근화 한양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이번 연구에 기초해 보면 오미크론이 일상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며 “가벼운 상기도 감염을 일으키는 감기 바이러스와 합쳐졌기 때문에 사망할 확률이 극히 낮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델타 변이보다 전파 속도가 5배 빠른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경우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려면 중증화율이 5분의 1 수준 이하로 줄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정 교수는 “델타 변이도 처음에는 전파 속도가 빠른 대신 증상이 가볍다고 했지만 여전히 고령층 사이에선 중증화율·치명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오미크론 환자 나이를 보정한 중증화율, 치명률에 대한 자료가 나오기 전까진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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