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경제 규모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란 지적을 받았던 일본의 스타트업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는 스타트업) 수가 6곳으로 1년 새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일본 벤처캐피털협회(JVCA)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기업가치가 1000억엔(약 1조424억원)을 넘은 일본 스타트업은 6곳으로 지난해보다 3곳 증가했다.
6개 유니콘 기업의 가치는 총 1조983억엔으로 지난해보다 39% 늘었다. 일본 최대 유니콘 기업인 인공지능(AI) 개발회사 프리퍼드네트웍스의 기업가치는 3561억엔에 달했다. 정보수집 앱 개발회사 스마트뉴스(기업가치 2017억엔)와 클라우드형 인사·노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스마트HR(1731억엔)이 뒤를 이었다.
기업가치가 100억엔 이상인 예비 유니콘 기업은 81곳으로 201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다. 예비 유니콘 기업들의 기업가치 총액도 2조8718억엔으로 28% 증가했다.
코로나19와 탈석탄화로 사회가 급변하면서 신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게 스타트업이 급성장한 이유라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핀테크(금융기술) 위주였던 유니콘 기업의 면면도 연구개발형 기업으로 바뀌었다.
일본 최대 유니콘 기업 프리퍼드네트웍스는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로 AI 연구를 하고 있다. 신소재 개발회사의 가치도 크게 올랐다. 기업가치를 1336억엔으로 평가받은 TBM은 석회석과 수지를 원료로 플라스틱과 종이 대체재를 개발하고 있다.
일찌감치 주식시장에 상장하겠다는 기업도 급증했다. 조사 대상 스타트업 184곳 가운데 91곳이 “2년 내 상장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수치다.
일본의 유니콘 기업 수가 1년 새 두 배 증가했지만 세계 시장과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CB인사이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유니콘 기업은 각각 470개와 169개에 이른다. 인도와 영국도 48개와 34개다. 회계법인 KPMG와 미국 조사회사 피치북 조사에서 올 1~9월 세계 벤처캐피털 투자금은 4868억달러(약 574조원)로 35억달러에 그친 일본의 140배에 달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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