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부산경남오픈 3라운드. 스릭슨투어(2부)에서 뛰던 배용준(21)이 이날 하루에만 보기 없이 8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배용준은 최종합계 15언더파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치며 한국 남자골프에 파란을 예고했다.
배용준은 2022시즌 KPGA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다. 올해 스릭슨투어에서 활동하며 7개 코리안투어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커트 통과했고, 3개 대회에선 톱10에 들었다. 누적상금 1억3635만원을 따내며 코리안투어 상금 순위 37위에 올라 내년 시즌 시드권까지 얻는 이변을 일으켰다. 스릭슨투어도 상금 순위 2위를 기록하며 완벽한 시즌을 보냈다. 배용준은 2일 “‘선배들에게 많이 배운다고 생각하자’면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가 처음 골프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아버지를 따라 간 골프연습장에서 처음 퍼터를 잡았는데 10m 퍼트가 쏙쏙 들어갔다. “아빠, 골프 정말 재밌는데요?”라고 외친 소년은 골프에 빠져들었다. 2018년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선수권과 호심배, 2019년 매경솔라고배와 송암배에서 우승한 그는 국가대표까지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갑자기 닥친 ‘퍼트 입스’가 그를 괴롭혔다. 짧은 거리를 남겨두면 손이 떨려 스트로크를 할 수 없었다. “하루에 6~7시간씩 연습해도 고쳐지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눈을 감고 퍼트를 하면서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죠.”
그는 지금도 시합에서 중요한 순간에는 눈을 감고 퍼트를 하곤 한다. 퍼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이언샷 정확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6번, 8번 아이언으로 홀 가까이에 공을 붙이는 날카로운 샷은 배용준의 가장 큰 장기가 됐다.
몰아치기는 그의 또 다른 무기다. 스릭슨투어 3차전 둘째날에는 하루 8언더파를 몰아치며 준우승을 따냈고, 8차전에서는 이틀간 버디 18개를 잡아 6타 차 우승을 거뒀다. 그는 “전투기 조종사이신 아버지께 집중력을 물려받은 것 같다”고 했다.
루키로서 첫발을 내딛는 코리안투어 2022시즌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역시 신인왕이다. 내년 8월에는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최종 목표는 PGA투어 10승”이라고 힘줘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