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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남의 실패를 내 성공의 어머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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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실패학’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실패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타무라 요타로(畑村洋太郞) 도쿄대 명예교수는 다양한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노력을 통해 결국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그가 주도해 설립한 ‘실패학회’에는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이 참여해 활발하게 실패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출간된 《세계실패제품도감(世界失敗製品鑑)》은 20가지 주요 실패 사례를 통해 성공에 도달하는 지름길을 알려주고 있어서 화제다. 일본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하고 있는 아라키 히로유키(荒木博行)는 책을 통해 아마존, 애플, 도시바, 소니, 삼성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저지른 실패 사례를 모아 흥미롭게 소개한다.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레이션도 귀엽고 재밌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아라키 히로유키는 ‘제각기 다른 불행한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공한 제품의 패턴은 엇비슷하지만, 실패한 제품은 서로 다른 실패의 내막과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들도 종종 어이없는 실패작을 내놓는다. 이 책은 제각각인 실패 제품의 탄생 배경을 추적한다. 실패작들의 다양한 사례를 연구함으로써 실패를 알고, 실패에서 배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

에드셀(Edsel)은 ‘자동차업계의 타이타닉’이라고 불릴 만큼 포드의 역사에 있어 최대 재앙이었다. 포드는 에드셀을 출시하면서 ‘에드셀이 오고 있다’는 티저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자동차의 모습을 일절 노출하지 않으면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하지만 정작 에드셀이 출시됐을 때 참담한 실패가 예견됐다. 우선 즉흥적으로 지은 ‘에드셀’이라는 브랜드명이 문제였다. 에드셀은 헨리 포드 창업주의 외동아들 이름이었고 어감이 썩 좋지 못했다. 독특한 디자인에 대해서도 ‘모호한 스타일’ ‘쓸데없는 기계장치’ ‘과도한 장식’ 등 자동차 전문가들의 여러 혹평이 이어졌다. 게다가 1950년대 중반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미국 자동차산업은 에드셀 출시와 거의 동시에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었다. 결국 에드셀은 처참한 실패를 맛보고 포드의 흑역사로 남고 말았다.


책은 에드셀의 실패 사례를 소개하면서 포드가 핵심적인 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네이밍과 디자인에 몰두해 벌어진 참사라고 진단한다. 당시 자동차에 요구되던 핵심 가치는 ‘안전하고 쾌적한 이동수단’이었다. 하지만 포드는 에드셀을 출시한 지 얼마 안돼 지속적으로 문제가 터지면서 무엇에 집중할지 길을 잃고 말았다. 에드셀이라는 실패 제품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핵심 가치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일본 편의점업계의 거인 세븐일레븐은 세븐페이를 도입하면서 자사만이 특별하다는 우월의식에 젖어 치열한 결제시스템 전쟁에서 실패했다. 코카콜라는 뉴코크를 출시하면서 의사소통의 장벽에 막혀 좌절했다. 세계 최고 기업들은 이렇게 모두 실패한 경험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패를 바라보는 자세 또는 태도다. ‘당신은 실패로부터 배울 준비가 돼 있는가?’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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