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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에너지안보와 환경,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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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석유, 가스, 전력 등 에너지 공급의 불안과 기후대응 같은 환경 문제가 혼재되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11월 역사적인 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세계 에너지 시장이 출렁거리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인지 COP26은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감축과 메탄가스 사용량 축소 합의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에너지 정책에서 안정공급과 환경은 두 개의 축이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안정공급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핵심이 되고 환경 대응은 사용할 에너지원을 결정하는 제약 요인으로 다뤄졌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석유사업법은 ‘석유 수급과 가격 안정을 도모해 국가 경제발전과 국민 생활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에너지법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며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수급구조의 실현’을 목적으로 규정해 안정공급과 환경의 조화를 추구하나 지금까지 에너지 계획은 안정공급을 위주로 짜 왔던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우리는 석유, 석탄, 가스 등 대부분의 1차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대응하는 데 우선을 둬 왔다. 이를 위해 비축이나 해외 자원개발과 에너지원의 다각화를 추진했다. 한편, 1차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하는 전기는 정부가 수급의 책임을 지고 장기계획을 2년마다 수립하고 있다. 현재 9차 계획이 2020년에 수립돼 2034년까지 전력수요 전망에 따른 발전소 건설과 폐지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 계획의 기본 틀은 경제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발전소 등 전력설비는 정부 주도로 건설하는 것이다. 원자력이나 유연탄 같은 발전소와 송전망 구축에 필요한 입지 선정부터 건설 공사까지 10년 이상 걸릴 뿐 아니라, 인력확보, 기술자립 등 정책의 일관성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석탄발전 가동 제한 같은 환경 급전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수급안정을 위한 공급계획이 중심이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선진경제의 양축인 미국과 유럽이 주도권을 행사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금융권도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조치들을 시행하면서 우리 기업들도 당장 해법을 강구해야 할 처지가 됐다. 수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는 기후 대응이 에너지 안정 확보와 함께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가 됐다.

얼마 전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환경을 위주로 하다 보니 에너지안보를 소홀히 다뤘다는 비판이 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머지않아 우리가 사용할 최종 에너지가 전기와 수소로 대부분 재편되고 전기수요는 지금보다 배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 빠른 속도로 발전이 재생에너지 위주로 바뀌고 송전망을 비롯한 전력계통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신규 발전소의 건설은 사업자 수도 많고 입지나 민원 때문에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이 경우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의 폐지가 순조롭게 되겠냐는 의문마저 제기된다. 송전망이나 전력저장장치와 같은 계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면 정전 발생도 우려된다. 따라서, 당장 다음 계획부터 가스, 태양광, 풍력 같은 신규 발전소의 건설 가능성을 높이고 전력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한편, 설비 건설이 제대로 안 될 때 수급안정을 포괄하는 ‘통합자원계획’으로 바꿔야 한다.

안정공급과 기후대응이 경제안보에 핵심이 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에너지 정책 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치권은 ‘탈원전’이나 복지 재원 확보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종합적 해법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불확실한 시기가 길어지면 에너지 회사들은 미래 대응을 위한 사업 전환을 늦추고, 수출 제조업은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까지 고민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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