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입주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오피스텔 ‘여의도 아리스타’(306실) 전용면적 20.2㎡는 10월 1억8700만원(8층)에 매매됐다. 같은 달 14일 이 단지의 동일한 주택형 전세 매물이 2억원(10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300만원 낮다. 당산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한 세입자가 계약금을 넣기 직전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전세’라는 점을 알고 급하게 계약을 취소했다”며 “신축 소형 오피스텔 가운데 깡통전세가 될 물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소형 오피스텔 등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주의보가 확산하고 있다. 깡통전세는 오피스텔을 팔아도 대출금·보증금 상환이 어려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우려가 큰 주택을 말한다. 전셋값 강세 속에 매매 가격이 떨어질 경우 집주인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로 전락할 수 있다. 광화문과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가 가까운 당산, 공덕 등지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일수록 깡통전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형 오피스텔 전세 ‘들썩’, 매매 ‘찬물’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공덕동 ‘공덕오피스타’(100실) 전용 16.8㎡는 지난달 1일 1억2000만원(16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날, 같은 층의 매매 매물이 1억800만원(16층)에 거래된 것보다 1200만원 높다.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주변에 있는 마포구 성산동 ‘상암스위트포레’(288실) 전용 18.5㎡는 지난달 24일 1억5800만원(11층)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주택형의 전세 최고가(1억5700만원)와 가격 차이가 100만원 수준에 그쳤다.소형 오피스텔 중심으로 깡통전세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전세 시장과 매매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오피스텔 전세 시장은 대학교 졸업과 인사 시즌이 겹치는 11월부터 2월이 성수기로 꼽힌다. 여기에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전세 매물의 희소성이 커져 전세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반면 소형 오피스텔 매매 시장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규모별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전용 40㎡ 이하 오피스텔의 가격 상승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대비 10월 전국 기준 전용 40㎡ 이하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0.62%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전용 40~60㎡는 2.45%, 전용 60~85㎡는 4.96%, 전용 85㎡ 초과는 5.36%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소형 오피스텔은 중대형 오피스텔에 비해 투자에 따른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다.
오피스텔 전세가율 오름세
다주택자 규제 강화에 따른 세 부담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8월 12일 이후 오피스텔을 구매해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추가로 주택을 매입할 때 취득세를 중과한다. 소형 오피스텔이라도 세입자가 주소를 이전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주거용으로 간주한다. 당산역 B공인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남기는 대신 소형 오피스텔을 앞다퉈 정리하면서 오피스텔 매물이 상반기와 비교해 2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오피스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치솟고 있다. 국민은행 월간 KB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82.4%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깡통전세가 되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오피스텔과 아파트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누적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2225건, 사고 금액은 4507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2408건의 사고가 일어났고, 사고 금액은 4682억원이었다. 연말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역대 최고치인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