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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뭘 하지 않겠다'는 공약 기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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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유력 후보들은 다투어 뭘 하겠다는 공약을 매일 쏟아내고 있다. 공약 사항이라며 이 정책들을 밀어붙일 것을 생각하니, 그동안 정부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했는지 너무나도 많이 봐온 시민으로서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애당초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조직이다. 가계와 기업은 돈을 잘 벌지 못하거나 번 것 이상으로 돈을 사용하면 파산 위협에 직면한다. 효율적 소비가 필수인 가계나 기업과 달리 정부는 가계와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사용한다. 파산 위협에서 거의 자유로운 정부의 씀씀이에는 늘 낭비의 소지가 있게 마련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정부 기관은 효율적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예산을 늘리는 일에 더 골몰한다. 감독을 맡은 국회의원도 거의 예외 없이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보다는 소관 부처의 예산 극대화를 방조해 지역구 사업을 늘리는 데 열심이다.

정부는 유효성과도 거리가 멀다. 흔히 정부를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는 도구라고 하지만 정부 실패는 시장 실패보다 더 심각한 경우가 많다. 흔히 시장 실패의 예로 꼽는 것이 자연독점, 좋은 외부효과와 그 특수한 예로서의 공공재의 과소공급 그리고 불평등이다. 정부는 처음부터 독점적인 공급자다. 독점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은 정부 독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좋은 외부효과와 공공재 공급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는 인정된다. 하지만 외부효과, 즉 제3자에게 발생하는 이득이나 손실을 계산하지 않는 게 시장 행위자의 문제라면 정부 행위자는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할 개인적 손익, 이른바 ‘내게 떨어질 떡고물’을 고려하는 내부효과가 문제다.

불평등의 경우 이것이 본질적으로 시장의 실패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도 이견이 존재한다. 아무튼 현실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면 불평등과 격차 해소를 강조한 정부의 실적이 좀 더 시장친화적인 정부의 실적에 비해 못하다. 단적인 예가 부동산 정책일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나선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정책들이 결과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급등과 부동산 격차의 확대를 가져왔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축소, 일자리 정책 등도 의도는 좋았을지 모르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이처럼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데는 두 가지 연관된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현상의 배후에 작용하는 무수한 원인에 대해서는 정부만이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충분한 정보를 가지는 게 불가능하다. 복잡다단한 문제에 대해 정부가 단순하기 그지없는 정책을 들이댄 결과 시장의 역습을 불러온 것이다.

주요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효율적이기도 어렵고 좋은 결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정부가 더욱 비대해지고 강력해질 것 같다는 우려가 엄습한다. 1990년대 초부터 줄어드는 듯했던 정부의 경제적 존재와 통제 그리고 간섭은 외환위기 이후 이른바 자유화 개혁이 정부의 비자유적 수단을 통해 집행되면서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추세는 선거가 거듭되는 과정에서 ‘표를 향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강화됐다.

정부의 비대화와 강화는 경제의 활력과 건전성을 훼손할 공산이 크다. 학자들은 정부가 통제하는 자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리고 정부가 한 집단에서 세금을 거둬 다른 집단에 나눠줄 수 있는 힘, 이른바 재정적 차별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경제의 파이는 키우지 않는 채 자기 몫만 늘리려는 지대추구 행위의 개연성이 커진다고 한다. 지대추구는, 인도 출신 경제학자 자그디시 바그와티의 표현을 빌리면, ‘직접적으로는 비생산적인 경제활동’이기 때문에 여기에 쓰인 자원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순손실이다. 정부를 상대로 한 지대추구는 부패의 소지도 키운다.

중국 사상가 노자(老子)는 말했다. 최상의 통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무위지치(無爲之治)라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정부가 부과하는 ‘인위적 질서’가 아니라 사회의 ‘자생적 질서’에 기대는 정치다. 대표적인 자생적 질서는 시장이다. 정부가 시장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잘할 수 있던 시대는 진즉에 끝났다. 정부가 ‘뭘 하겠다’는 공약보다 ‘뭘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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