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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미국산 쉐보레와 프랑스산 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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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종 다양화는 수입, 국내 생산은 친환경 유도해야

 지난 10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미국산 쉐보레는 모두 7,878대다. 차종별로는 콜로라도(3,371대), 트래버스(2,858대), 카마로SS(82대), 볼트 EV(1,016대), 이쿼녹스(551대) 등이며 같은 기간 국내에 판매된 쉐보레 전체 4만9,156대의 16% 비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미국산 수입차 비중이 15%였던 점과 비교하면 소폭 증가했다. 이와 함께 르노 브랜드로 국내에 판매된 조에 EV, 트위지 EV, 캡처, 마스터 등도 올해 10월까지 3,101대로 6.5% 비중을 차지했는데 마찬가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5% 대비 일부 증가했다. 양 사 모두 국내 판매는 줄었지만 수입차 비중은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국내 생산 기반을 갖춘 외국계 기업의 수입차 비중은 향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생산 차종은 한정된 반면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려면 다양한 제품이 필요한 탓이다. 특히 국내 시장이 친환경차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중이고 2023년부터는 탄소배출에 따른 과징금 부과도 예정된 만큼 수입 제품 내에서도 내연기관 비중은 줄이되 친환경차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공장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친환경차 생산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차 생산은 자동차산업 비중이 높은 모든 나라 모두가 미래 주력 산업으로 삼고 있어 물량을 받아오기 쉽지 않다. 심지어 핵심 부품인 배터리가 국내에서 생산돼도 완성차 생산은 본국의 직접 생산을 고수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쉐보레 볼트 EV다. 배터리 생산국은 한국이지만 완성차는 미국 내에서 만들어져 한국에 도입된다. 르노가 판매하는 조에 EV도 마찬가지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프랑스 플린스 공장에 공급되고 완성차가 한국으로 들어온다. 배터리 생산지를 고려할 때 국내 공장의 조립 생산이 비용 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국가 간 일자리가 걸려 있어 생산은 결코 내주지 않는다. 

 여기에는 정치도 한몫 끼어든다. 만약 미국 GM이 한국에 전기차 생산을 배정하면 미국 내 완성차 근로자의 일자리가 타격받는다. 이 경우 투표로 선출되는 미국 정치권은 GM의 전기차 생산이 해외로 나가지 않도록 압박하거나 당근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압박과 당근이 보조금이다. 여전히 전기차 판매가 보조금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자국 생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할수록 해당 국가의 전기차 생산은 확대되는 식이다. 물론 기업은 이때 시장 규모도 고려한다. 시장 규모가 크되 보조금 액수가 많은 나라에 우선적으로 생산을 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 등이 본사의 전기차 생산을 배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배터리가 한국에서 생산, 공급된다는 점을 생산 비용 절감과 연결하고 한국 또한 보조금이 많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지만 문제는 국내 시장 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이는 곧 '현지 생산-현지 판매'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뜻이다. 이 말은 바꿀 수 없는 시장 규모는 뒤로 하고 오로지 생산 비용의 유리한 점만 설득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숨겨진 카드도 있다. 바로 개발 능력이다. GM이 한국지엠의 연구본부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킨 배경도 글로벌 내 한국의 개발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이고 르노 또한 르노테크놀러지코리아의 연구개발 능력을 이미 검증한 바 있다. 르노그룹 내에서 한국은 C/D세그먼트 세단과 SUV 부문 연구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배터리 원산지 공급, 생산 비용의 절감, 그리고 연구개발 능력을 앞세울 때 전기차의 한국 생산 배정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크지 않지만 해마다 친환경차 비중이 점차 늘어나니 말이다. 미국산과 프랑스산보다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는 한국이 생산할수록 국가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월등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권용주(국민대 겸임교수,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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