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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내 들꽃이 바람 속에서 말한다 - 박상순(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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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닷가의 해 질 녘.
바람 속에서 내 들꽃이 말한다. 아름
답지요.
─나는 춥다.

겨울 바닷가의 해 질 녘
바람 속에서 내 들꽃이 말한다. 여기
앉아요.
아름답지요?
─나는 춥다.

시집 《사랑의 근력》(걷는사람) 中

추운 겨울 바닷가에서는 할 말이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아름다운 풍경과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에 금방 묻힐지도요. 얼른 따뜻한 곳에 들어가 코코아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게 만드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나란히 꼭 붙어서 걷는 일, 다정한 말과 따뜻한 것을 나누는 일, 온몸을 차갑게 얼어붙게 만드는 이 겨울의 추위 속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

주민현 시인(2017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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