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와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서점가에는 선물용 책이 넘쳐난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책은 환영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꺼려지기도 하는 선물이지만, 서구 문화권에서는 가까운 사람끼리 책 선물을 주고받으며 의미있는 연말연시를 보내곤 한다. 최근 미국 서점가에서 화제인 《매일의 법칙(The Daily Laws)》은 연말연시 선물 때문에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기획된 책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그린의 ‘신작’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신작이라기보다 ‘특별판’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지난 20년 넘게 다양한 책을 통해 시대를 넘나들며 세상의 흐름을 꿰뚫는 법칙과 전략을 소개해온 그린은 《매일의 법칙》을 통해 2022년 매일 하나씩 읽을 수 있는 법칙을 전달한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1일 1쪽’ 형식의 책으로, 권력·유혹·설득·전략·인간 본성·해로운 사람들·절제·마스터리·심리학·리더십·역경·창의성과 같은 월별 목표가 정해져 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칙을 매일 한 장씩 읽으며 자신의 삶을 점검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전에 출간됐던 책에서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칙을 다시 압축해 소개하는가 하면, 이번에 새롭게 소개하는 법칙도 포함돼 있다. 분명한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한 해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지혜와 통찰력을 만날 수 있다.
책을 펼치면 월별 목표에 대한 설명과 함께 1월 1일부터 매일 하나씩 법칙이 이어진다. 예를 들어 1월 목표는 ‘마스터리’다. 마스터리란 자신에게 잠재된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힘을 말한다. 1월 2일을 위한 법칙은 ‘어린 시절의 집착과 다시 연결하라’다. “미래의 라듐 발견자인 마리 퀴리는 네 살 때 아버지의 연구실을 탐험하다가 화학 실험을 위한 모든 종류의 실험 도구가 들어 있는 유리 케이스 앞에 꼼짝없이 서 있었습니다. 마리는 이후 계속해서 아버지의 연구실에 들어가서 실험 기구들을 바라보며 그것들로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실험을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수년이 흐른 뒤, 마리가 처음으로 실험실에 들어가서 몇 가지 실험을 했을 때, 그녀는 어린 시절의 집착과 바로 다시 연결되었습니다. 마리는 마침내 자신의 소명을 찾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법칙: 당신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어 어린 시절에 그것에 집착했습니다. 그것과 다시 연결하십시오.’”
인간의 심리, 권력, 욕망 등의 주제를 능숙하게 다루는 천재적인 작가 그린. 그는 책 제목에 유독 ‘법칙(Law)’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권력의 법칙(The 48 Laws of Power)》 《50번째 법칙(The 50th Law)》 《인간 본성의 법칙(The Laws of Human Nature)》 등은 이미 국내에도 번역 출간돼 인기를 얻었다. 아무리 자신감이 넘치고 신념이 확고하다 해도 출간하는 책 제목에 보편적이면서 필연적인 규칙을 의미하는 단어인 ‘법칙’을 과감하게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작가는 드물다. 그런 면에서 그린은 자기 확신이 대단한 작가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 인생이 과연 법칙대로만 움직일까. 책에 소개된 365개 법칙만으로 내년 한 해를 아무 탈 없이 잘 살아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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