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국주의자들의 사상 문화적 침투 책동은 갈수록 더욱 교활하고 악랄하게 감행되고 있다”며 외부문물 유입에 대한 적개심을 거듭 드러냈다. 최근 북한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유포한 주민이 총살형에, 시청한 청소년들이 무기징역형에 처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24일 논설에서 “주된 과녁은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새세대들”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혁명대오 내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질수록 사상사업의 도수(수위)와 실효성을 부단히 높여나가야 한다”며 “혁명의 계승자들인 청소년들 속에 자기의 것에 대한 믿음, 우리의 생활양식과 도덕이 제일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높여주기 위한 사상사업을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벌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 문물에 대해서는 ‘퇴폐적’이라고 표현했다. 노동신문은 “(사상사업을 벌여나가야) 청소년들이 퇴폐적인 사상문화를 배격하고 우리식 혁명적 도덕과 문화를 향유해 나갈 수 있다”며 “다른 것을 허용하게 되면 나라의 운명을 망쳐먹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시기 사상사업의 중핵적인 문제, 최우선과제는 전당과 온 사회를 당중앙의 혁명사상으로 일색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오징어게임 등 한국 영상 콘텐츠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소위 ‘K팝 금지법’이라 불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한국 영상물을 유포한 사람은 사형,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해진다. 북한 대외선전매체는 최근 “오징어게임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극단한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 만연된 남조선과 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그대로 파헤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연일 오징어게임에 대한 비방에 나서왔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현지시간)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함경북도 청진에서 오징어게임을 유표·시청한 사람들을 최대 사형에 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청진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 7명의 학생들이 오징어게임을 시청하다가 109상무 연합지휘부의 검열에 적발됐다.
RFA는 이 사건이 상부에까지 보도돼 한국 드라마가 들어있는 USB를 들여와 판매한 주민은 총살형에 처해지고 이를 구입해 시청한 학생은 무기징역, 나머지 함께 시청한 학생들은 노동교화형 5년형에 처해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학생들이 속해있는 학교의 교장, 청년비서, 담임교원들은 문책을 받고 당원 명부에서 제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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