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내년 예산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반영해달라는 요청을 철회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 지역화폐 발행한도 확대와 함께 대표적인 ‘이재명표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우세하고 문재인 정부까지 반대한 데다 세금 납부 유예를 통한 재원 마련이 예상만큼 쉽지 않다는 당내 분석까지 겹치면서 철회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여야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즉시 시행하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이 지급에 반대하고 있고, 정부도 신규 비목 설치 등 예산 구조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기자들을 만나서도 “상황이 어려운 소상공인을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는 대의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방식 때문에 훼손될 수 있어 주장을 접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정의 배경에는 민주당이 그간 고수해왔던 초과세수 유예를 통한 재원 조달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당 정책위원회의 분석이 깔려 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긴급 간담회에서 “지방교부금 등을 고려하면 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8조~10조원을 초과세수 납부유예 방식으로 내년 예산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방식은 가능했지만, 보고를 받은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 지급 대신) 소상공인과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업종 지원에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도 이 후보의 ‘돈풀기’에 비판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5~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1%는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특히 민주당이 세금 납부 유예라는 꼼수를 들고나오고,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조사를 압박하면서 부정적 여론이 더 확산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사실상 기재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됐다고 알린 ‘2021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글을 SNS에 공유하며 “매우 기쁜 소식”이라고 밝히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청와대가 관여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어렵다면 패키지의 나머지 공약인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와 지역화폐 발행한도 상향이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7월 이후 추가세수가 19조원에 달하는 만큼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50조원 내년도 지원’을 말한 바 있으니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가 이제라도 고집을 꺾었다니 다행”이라고 논평했다.
전범진/임도원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