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백신’일 것이다. 백신과 함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중요해진 또 다른 단어가 바로 ‘면역’이다. 외부로부터 체내에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어하거나, 병원체가 침입하더라도 이를 인식하고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면역’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이처럼 놀랍고 신비로운 인체 능력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을 찾기란 의외로 힘들다.
이달 초 영국과 독일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동시 출간돼 주목받고 있는 《면역(Immune: The new book from Kurzgesagt)》은 ‘데이터의 시각화’를 표방하는 책이다. 책의 인기를 반영하듯, 워터스톤즈를 비롯한 영국 주요 서점의 진열대에는 화려한 표지를 자랑하는 책이 잔뜩 쌓여 있다.
저자인 필리프 데트머는 독일인으로 구독자가 1600만 명이 넘고 조회 수가 무려 10억 회에 달하는 인기 유튜브 과학 채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간단히 말하면)’의 운영자다. 독일 뮌헨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쿠르츠게작트에서는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일반인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과학적 지식을 모션그래픽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올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에는 우주, 인간, 미래, 의학, 등을 주제로 한 150여 개의 영상이 올라가 있다.
최근 들어 소위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들이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일반 대중이 어렵고 복잡하다고 느끼는 과학적 지식을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거나 전달해 과학에 대한 친근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면역》이란 책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것을 보더라도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은 사람의 신체 가운데 두뇌에 이어 두 번째로 복잡한 구조를 지닌 면역 시스템에 대해 그래픽 애니메이션, 인포그래픽 등 직관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최대한 알기 쉽게 전달한다. 적절한 비유와 이야기 구조가 어우러져 마치 흥미진진한 한 편의 모험 또는 공상과학 소설처럼 읽힌다.
침략, 방어, 전략, 패배, 희생 등 우리 몸 속에서는 매일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책은 면역 시스템을 설명하면서 바이러스, 박테리아, 알레르기, 암세포 등과 같은 위협적인 요소들의 특징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가 하면 항원과 항체를 설명할 때는 빵과 소시지의 비유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아울러 각종 건강기능식품의 ‘면역체계 강화’라는 홍보 문구가 실제로는 말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이 책은 복잡한 개념에 대한 흥미로운 비유와 천재적인 설명을 통해 각종 감염 및 공격에 대항해 싸우기 위한 인체의 방대한 시스템 ‘면역’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재치와 재능을 겸비한 데트머는 아름다우면서도 신비한 인간의 면역 반응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면역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저자이자 소셜미디어 스타인 존 그린은 이 책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과학교양서’라고 평가했다.
홍순철 < 북칼럼니스트·BC에이전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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