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두산건설이 참여하는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사업의 시공자 선정 절차가 임박한 가운데, 유력한 주자로 여겨졌던 현대건설의 불참 이유가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배 6구역 조합은 2016년 DL이앤씨(옛 대림산업)를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지난 9월 계약을 해지했다. 최근 조합이 진행한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두산건설 등 2개사가 참석했다. 조합은 예정대로 12월20일 오후 1시 조합 사무실에서 입찰을 마감할 방침이다. 내년초에 2개사 중에 한 곳으로 최종 시공사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에서 방배6구역은 알짜로 꼽혀왔다. 방배로33길 58의 5(방배동) 일대 6만3197.9㎡에 1097가구를 짓는 대단지이기 때문이다. 서울지하철 4호선 총신대입구역이 도보로 10분 거리인데다 7호선 내방역과 4호선 총신대입구역 사이에 자리한다. 서리풀터널을 이용해 서초나 강남으로의 이동도 편리하다. 서리풀 공원을 비롯한 녹지가 풍부하고 서문여중, 서문여고, 방배초 등이 도보로 통학이 가능하다.
이처럼 뛰어난 입지에 시공사 재선정으로 총시공기간이 단축되다보니 당초에는 많은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나 최근 재건축·재개발 주요지역마다 출사표를 내고 있는 현대건설의 움직임이 주목됐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내부 검토를 통해 '브랜드' 관리를 감안해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고위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방배6구역이 강남 알짜 입지에 자리 잡아 랜드마크 단지로서의 잠재력은 충분히 높다"면서도 "내부 검토 과정에서 디에이치(THE H)브랜드를 적용하기에는 맞지 않다고 판단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하이엔드 브랜드 사용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보이고 사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현대건설은 되레 디에이치의 비중을 최소로 가져가면서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소위 하이엔드 명품들이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 전략과 비슷한 셈이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브랜드 적용 기준을 다양하고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강남, 한강변 등 우수한 입지조건과 적정 수준의 공사비는 기본이다. 여기에 △브랜드관점 △사업관점 △상품관점 △서비스관점 △시공품질관점 △A/S 및 고객관리관점 △분양관점 등 7가지 조건을 맞는 단지를 선정해 선별적으로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하고 있다.
또다른 현대건설 관계자는 "수주전에 무리하게 입찰했다가 아파트 품질이 떨어지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며 "이번 방배6구역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내부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조합이 낮은 수준의 공사비를 제시하면서 현대건설이 빠졌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래미안'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이 무난하게 수주를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배6구역 조합은 3.3㎡당 553만원 수준인 3696억원을 예정 공사비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 계약이 해지된 DL이앤씨는 당초 2730억원 규모의 총 공사비를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3760억원 규모로 증액해줄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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