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이 불법 복제로 밀수 돼 북한 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불법 복제된 오징어 게임 사본이 북한에 밀반입됐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들의 서방 국가 영상물 시청을 엄격하게 금지해 왔다. 특히 지난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채택 등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 문물 유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영상물 보관, 시청이 적발되면 '사형'까지 가능하다.
최근엔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북한 내 한국 대중가요, 드라마, 영화 등이 불법 유통되자 공개적으로 이를 강력하게 규탄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K-POP은 '악성암'"이라고 규정했고, 한국 드라마를 몰래 시청하다 6명의 학생이 징역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에 대해서도 북한 관영 매체는 "한국과 자본주의 사회 실상을 드러냈다"며 "극한 경쟁으로 인류가 전멸하는 남한 자본주의 사회의 비겁함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밤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휴대용 장치로 비밀리에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평성시 한 주민은 RFA와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이 USB, SD카드 등 메모리 저장장치로 밀반입돼 광범위하게 국내에 유포되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의 부자들이 특히 '오징어게임'을 즐겨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평양의 부자들은 드라마 줄거리가 자신들의 처지와 비슷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은 외화벌이를 시키고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숙청하는데, 북한의 외화벌이꾼들이 오징어게임 참자가와 비슷한 처지라 느끼는 것.
또한 주요 캐릭터 중 한 명인 강새벽(정호연)이 탈북자라는 설정도 북한 주민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