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자신의 공약인 기본주택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정책 경쟁’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를 통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2건), 토지임대부 기본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법, 토지분리형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안 등 4개 법안의 심의를 요청했다.
이 후보는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35조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집 한 채 사려면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야 하는 나라에서, 노동해서 버는 돈으로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청년들이 절망하는 나라에서 주거기본권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높은 집값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당, 그런 여당을 비판해온 야당, 결국 모두 부동산 문제 해결을 주창하고 있다”며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청년에게 희망을 돌려줄 정책적 대안,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힘을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이 후보는 무주택자에게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살 수 있는 기본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낸 상태다. 기본주택은 소득·자산·나이 등에 따라 입주자격을 제한하는 기존 임대주택과는 다른 데다 역세권을 비롯한 선호지역에 위치한다는 게 이 후보 측 설명이다.
이 후보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공급물량 확대가 중요하고, 특히 고품질 공공주택인 기본주택을 대량 공급해야 한다”며 “기본주택에 대해 ‘평생 임대주택 살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세간의 오해는 사실이 아니며 기본주택은 국민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해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국회에 기본주택 관련 입법을 촉구한 것은 정책 대결을 통해 지지율 반전을 노리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달리 행정 경험과 실용주의가 강점인 이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정책 대결로 가면 이 후보의 강점이 부각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기본주택 공약을 강조하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심판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데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 ‘대권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부동산 공급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불신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부정부패도 아니고 대외관계에 엄청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것도 아니고 국민이 촛불 들고 규탄할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왜) 불신받나. 제일 큰 게 부동산 같다”고 했다. 이어 “노력했다고 해도 결과는 평생 벌어도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벼락거지가 됐다”며 “저도 민주당의 주요 구성원이다. 또 한번 정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