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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앓이' 끝…퀄컴 "삼성·BMW와 함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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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이 최대 고객인 애플 없이도 매년 10% 이상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애플 대신 삼성, 마이크로소프트(MS), BMW 등과 협력을 강화해 스마트폰뿐 아니라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자율주행 등 자동차 칩, 사물인터넷(IoT) 칩 등 성장하는 모든 통신칩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구상이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고담홀에서 ‘인베스터 데이’ 행사를 열고 “퀄컴은 이제 단일 시장(스마트폰용 칩셋)과 단일 고객(애플)으로만 정의할 수 없다”며 “벌써 매출의 3분의 1 이상이 PC,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칩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퀄컴의 주력 제품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통신칩(모뎀칩)이다. 그동안 애플에 아이폰용 모뎀칩을 독점 공급해왔다. 하지만 애플이 자체 모뎀칩을 양산해 2023년부터 아이폰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퀄컴 주가는 지난달까지 1년여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퀄컴은 주가가 주당순이익(EPS)의 16배 수준에 거래되는 가장 저렴한 기술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새 비전을 내놓은 효과로 이날 주가는 7.89% 폭등해 181.81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가다. 애플 이탈 우려가 희석된 덕분이다.

퀄컴은 2023년에는 애플에 필요한 모뎀칩의 20%, 2024년엔 10% 이하만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전체 칩 사업이 2024년까지 최소 12%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애플 없이도 성장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퀄컴의 전략은 통신칩 중심에서 탈피해 자동차, PC, IoT 등 다양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아몬 CEO는 “퀄컴은 모든 것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역사상 가장 큰 기회의 시작점에 있다. 스마트폰 외에도 여러 산업에서 성장할 수 있는 독보적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퀄컴의 총 유효시장(TAM)이 과거 150억달러에서 현재 1000억달러 수준으로 커졌고, 10년 뒤 70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효시장은 제품 서비스 등을 고려했을 때 창출할 수 있는 최대 매출 규모를 말한다.

퀄컴은 우선 최고급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아몬 CEO는 삼성전자의 Z플립3, Z폴더3 등 최고급 폴더블폰과 S시리즈 등에 ‘스냅드래곤’ AP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샤오미, 아너, 비보, 오포 같은 중국 제조사와 2년 계약을 맺었다고도 했다.

퀄컴이 야심차게 노리는 시장 중 하나는 PC용 CPU다. MS와 손잡고 2023년에 ARM 기반의 차세대 CPU를 내놓겠다는 복안이다. 이 칩은 MS의 윈도 태블릿 PC인 서피스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아몬 CEO는 “MS와의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퀄컴과의 협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는 애플이 자체 개발해 맥북 등에 적용 중인 M 시리즈 칩을 염두에 둔 행보다. 고성능·저전력 M 시리즈를 앞세워 맥북이 약진하고 있어서다. 퀄컴이 최근 14억달러에 인수한 누비아가 설계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누비아는 M 시리즈 전작인 애플 A 시리즈 칩을 설계한 이들이 세운 기업이다.

급성장하는 자동차용 칩 시장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퀄컴은 독일 BMW와 자율주행용 반도체 공급 계약을 맺은 사실을 공개했다. 아몬 CEO는 “BMW와 협력해 자동차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퀄컴은 자동차 관련 매출이 올해 10억달러 미만에서 10년 뒤 8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IoT 시장도 커지고 있다. 퀄컴은 올해 50억6000만달러인 IoT 칩 매출이 2024년 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퀄컴은 메타버스와 관련해 메타(옛 페이스북) 자회사인 오큘러스 등과 협력하고 있다. 가상현실(QR)용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에도 스냅드래곤 칩이 들어간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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