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미국은 일본이 조선봉건정부(조선 왕조)의 국권을 함부로 유린하고 식민지로 만들도록 허용해줬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만나 이를 언급한 지 닷새만에 북한이 다시 미국의 책임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17일 “사대에 찌들었던 조선봉건정부가 일본과 다를 바 없는 침략자인 미국에 의지해 나라의 국권을 되찾겠다고 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세월의 흐름 속에 드러나고 있는 역사적 진실은 일제에 의한 '을사5조약'의 날조, 다시 말해 조선봉건정부가 일제의 식민지로 굴러떨어진 것은 미국의 검은 마수가 뻗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현 정부를 향해서도 화살을 돌렸다. 메아리는 “조약 같은 것은 휴지장에 쓰인 낙서로만 취급하는 미국이 당시 조선반도(한반도) 문제를 놓고 그 어떤 신의도 없이 일본과 결탁한 것도 별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다른 선전매체도 미국의 책임을 부각하고 나섰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을사5조약은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는 비법문서, 불법문서이며 일제의 강박과 미국의 비호 두둔 하에 날조된 모략품”이라 썼다.
을사늑약 체결 116주년을 맞은 이날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불법무효한 허위문서로 국권을 강탈한 특대형 죄악”이라며 “일제는 총칼을 휘둘러 날조해낸 날강도적인 을사5조약에 기초해 한일합병이라는 국토병탄행위를 감행하고 조선민족 말살 정책을 실시했다”고 비난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