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5일 자신의 대선 공약인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국토보유세 도입과 관련, “국민의 9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대부분 국민이 혜택을 본다는 명분이다. 결국 상위 10%에 대한 보유세 강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세금으로 ‘편 가르기’를 시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후보는 이날 SNS에 “토지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를 볼까 봐 기본소득토지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정치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 후보는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며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게 토지공개념에 부합하고 부동산 불로소득 즉, 지대를 국민에게 환원하며 소득자산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는 길”이라며 “국민의 90%가 수혜를 보는 기본소득토지세, 누가 반대하는지 유심히 살펴봐 달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앞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현행 0.17%인 부동산 보유 실효세율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를 통해 약 30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후보가 이날 부동산 보유세 강화 카드를 재차 강조한 건 앞서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주장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윤 후보는 전날 “종부세를 중장기적으로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했다거나 다주택을 가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마치 정의의 실현인 것처럼 주장한다”며 “내년 이맘때는 국민 여러분께서 더 이상 종부세 폭탄 맞을까 봐 걱정 안 하셔도 되게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이런 공약이 알려지자 “노골적인 부자 감세론”이라고 날을 세웠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청년이나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을 공약한 이 후보는 윤 후보와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증세’ 대 ‘감세’ 논쟁을 벌일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는 소수의 초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강화를 내세울 것”이라며 “‘1 대 9 갈라치기’를 통해 증세 명분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후보는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특검 추진과 관련해선 “검찰 수사가 매우 미진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당연히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건을 붙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청년 표심을 겨냥해 공공 부문의 면접수당을 의무화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이 후보는 “한 취업 플랫폼 조사에서 취준생이 예상하는 평균 면접 예상 비용이 48만원에 달한다고 한다”며 “취업문을 넓히는 일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취업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