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는 물가가 심상찮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달보다 4.8% 오르면서 전년 대비로는 35.8%나 급등했다. 10월 소비자물가도 3.3% 올라 9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였다. 치솟는 국제유가, 불안정한 글로벌 물류망 같은 불안요인을 보면 급상승세인 수입물가가 당분간 국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공산이 무척 크다.
누적된 국내외 분석과 경고가 말해주듯이 최근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세계적 관심사다. 10월 통계를 보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를 넘어 31년 만에 최고치였고, 중국 생산자물가도 13.5%로 사상 최고였다. 터키(19.9%) 브라질(10.7%) 러시아(8.1%)를 비롯해 유로존 국가들 물가 오름폭도 4~5%대에 달했다. 세계경제가 ‘물가 쇼크’에 직면했다는 게 과장이 아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어온 결과가 이토록 무섭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대처가 지금 최우선 과제”라는 성명을 내며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차원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을 보면 미국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언제쯤 해소될지 불투명한 데다, 에너지·원자재에 이어 식량가격도 상승세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특히나 시계(視界)가 더 좁아지고 불투명해졌다.
지금 인플레이션 징후는 원자재 조달·유통 차질 등 생산비용 증가 요인이 크다. 몇 년간 무리하게 끌어올린 최저임금과 폭등한 부동산 가격처럼 한국 고유의 비용 증가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이든, 더 큰 난제인 스태그플레이션이든 단순히 저금리만 원인으로 꼽으면서 ‘금리 대응’ 차원에 그치면 자칫 투자·소비 위축과 고용악화를 가중시킬 위험이 큰 것이다. 취약계층에 미칠 체감 충격도는 더욱 클 수밖에 없지만, 이래저래 대처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게 지금 같은 인플레이션이다.
정부의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인식을 촉구하지만, 기본적으로 조달원가 등 ‘가격 문제’여서 대응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확장재정이란 명분 아래 돈을 풀면서 정부 스스로 위기를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쇼크 이전부터 시작된 무분별한 정부발(發) 돈풀기는 이런 위기 조짐에도 반성조차 없다. 대선판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한 우려도 그런 차원이다. 고조되는 인플레이션 공포를 최소화시키지 못한다면 산업혁신과 잠재성장률 제고, 고용창출과 소득증대, 노동개혁 같은 국가 발전과제는 꿈도 못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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