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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실적 늪'에 빠진 유통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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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유통업체의 성적표가 부진하다. 높은 성장성을 보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규제·정치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사들은 동남아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로열티를 받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 형태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한편 경영 환경이 안정적이고 구매력이 높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통사 실적 발목 잡은 동남아
유통업체들은 올 3분기 동남아에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지난 분기 양국에서 20억원씩 총 4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49곳, 베트남에서 14곳 등 적지 않은 규모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지만 매출은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1~3분기 롯데마트의 해외사업 누적 매출은 91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480억원)에 비해 13% 감소했다.

현지 업체와 합작 형태(지분율 30%)로 베트남에 진출한 GS리테일은 2018년 이후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이 회사의 베트남 법인 순손실은 2018년 20억원에서 2019년 34억원, 지난해 60억원으로 계속 늘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국 유통사들이 동남아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구매력이 높지 않은 데다 규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GS리테일이 베트남에서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것은 베트남 1위 편의점을 운영하는 빈그룹을 공산당 정부가 밀어주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베트남에서 추가 출점 인허가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지난 5월 아예 현지 합작사에 지분을 매각했다.
美 등 선진시장으로 눈 돌려
유통사들은 동남아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베트남에 합작 형태로 진출해 쓴맛을 본 GS리테일은 몽골엔 현지 업체인 숀콜라이그룹과 손잡고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해외 파트너사에 운영을 맡기고 브랜드와 사업 노하우, 상품 등만 공급해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GS리테일은 말레이시아에도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출하기로 하고 현지 파트너사를 물색 중이다.

이마트도 베트남 사업을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전환하고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 서부를 기반으로 한 5개 슈퍼마켓 브랜드를 인수한 이마트는 내년 초 로스앤젤레스(LA)에 직접 점포(가칭 ‘PK마켓’)를 낼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인수합병(M&A)으로 확보한 현지 브랜드와 이마트식 점포를 통해 미국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은 동남아에 비해 규제 리스크가 덜하고 구매력이 높은 선진시장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5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는 점포를 공격적으로 확장, 내년 6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9월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미국에 출장가 현지 사업을 점검하기도 했다.

미국 실적은 좋아지고 있다. 이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2% 줄었지만 미국 사업회사인 PK리테일홀딩스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 53억원의 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12억원 영업적자에서 벗어났다. 1~3분기 누적으로도 2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작년 7억원 적자에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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