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리 웨스트우드(48·잉글랜드·사진)에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휴스턴 오픈은 악몽으로 남을 것 같다. 1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파크 골프코스(파70)에서 끝난 대회 2라운드에서 14오버파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웨스트우드는 유러피언 투어를 대표하는 전설로 꼽힌다. 유러피언 투어 25, PGA 투어 2승을 포함해 5개 대륙에서 44승을 거뒀다. 2011년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메이저 우승은 수차례 눈앞에서 놓친 비운의 골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의 남자골프 대회인 라이더컵에 11번이나 출전한 유럽 대표팀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는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대회 개막을 앞둔 지난 9일, 웨스트우드는 SNS에 자신의 드라이버 샷 영상을 올렸다. 스윙 중 균형을 잃으면서 폴로스루 때 몇발짝 앞으로 나가기까지 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영상과 함께 "휴스턴, 나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라고 농담섞인 글을 적었다.
불운은 대회 첫날에도 이어졌다. 웨스트우드는 비가 내린 이날 바지와 모자, 신발을 모두 흰색으로 입고 대회에 나섰다가 샷 도중 진흙이 그의 눈에 들어가는 해프닝을 겪었다. 웨스트우드는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SNS에 "흰바지와 모자는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올렸다.
그의 불운은 2라운드에서 고점을 찍었다. 1번홀(파4)을 보기로 시작한 그는 4번홀(파4)부터 세홀 연속 보기를 이어갔다. 8번홀(파5)은 악몽이었다. 티샷을 알 수 없는 지점에 떨어뜨리고 벌타를 받았고 결국 트리플 보기를 기록했다. 9번홀(파3)에서도 그린 옆 벙커에 공을 빠뜨리고 그린을 가로지르는 퍼트를 한 뒤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기상 악화로 14번홀에서 경기를 마친 뒤 이튿날 마무리한 남은 2개홀도 모두 보기를 범했다. 그는 결국 PGA투어 경력 중 최악의 성적인 14오버파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대회 3라운드에서는 스코티 셰플러(25·미국)가 중간합계 7언더파 203타 단독 1위에 올랐다. 2020시즌 PGA투어 신인왕인 그는 이번 대회에서 첫 승에 도전한다. 임성재는 이날 버디 3개, 보기 6개로 중간합계 1오버파 211타 공동 40위가 됐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