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원지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동유럽과 방역 긴장감이 풀어진 서유럽 국가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겨울철 대유행 우려가 고조되자 이들 국가는 고강도 이동 제한령을 시행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주일간 유럽(러시아 포함)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주보다 7% 늘어난 211만7003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다. 같은 기간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도 전주보다 10% 증가한 2만8166명에 달했다. 세계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유럽 국가에서 나왔다.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난 곳은 유럽 대륙이 유일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의 낮은 백신 접종률이 첫손에 꼽힌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2차 백신 접종률은 각각 34.5%, 23%다. 충분한 백신 물량에도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백신 접종 거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가디언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사망률은 100만 명당 22명으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의 30배가 넘는다”고 전했다.
일찌감치 백신 접종을 시작한 서유럽 국가에서도 감염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네덜란드에선 11일부터 이틀 연속 신규 확진자 수가 1만6000명대를 돌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최다 규모다. 12일 기준 독일의 신규 확진자 수는 1주일 전보다 37% 증가한 4만5356명에 달했다. 이른 백신 접종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데다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겨울철 재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은 봉쇄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네덜란드는 13일 서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봉쇄 조치에 나섰다. 식당 주점 슈퍼마켓 등은 오후 8시에 문을 닫고 이를 제외한 비필수 업종 상점은 오후 6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모임도 4명으로 제한된다. 두 달여 만에 재개된 이번 봉쇄 조치는 3주간 이어진다. 오스트리아는 주정부 차원에서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규제 조치에 나섰다. 생필품 구매와 병원 진료, 운동 등을 제외하고 백신 미접종자는 집 밖에 나갈 수 없다.
미국은 날씨가 추운 북동부 지역이 확진자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13일 기준 미국의 1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8만3442명으로 나타났다. 전날 집계치보다 5% 증가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