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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뿐 아니라 구인난도 '일시적' 아니란 관측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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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스 데이 하루를 쉬고 12일(현지시간) 개장한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아침부터 채권 매도세가 재개됐습니다. 바클레이스는 "채권시장이 재개장하자 매도세가 다시 이어졌다. 지난 10일 발표된 절망적 소비자물가(전년 대비 6.2%)가 미 중앙은행(Fed)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걱정이 계속해서 채권시장을 누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금리 상승 폭은 그리 크진 않았습니다. 10년물은 이날 2.5bp가량 올라 연 1.578%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수요일 10bp 이상 폭등했던 것에 비하면 걱정을 자아낼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또 현재 금리 수준은 올해 초 1.75%, 이달 초 1.6%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주식이 위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줬습니다. 존슨앤드존슨이 GE에 이어 회사를 나누기로 한 뉴스가 전해진 것도 증시에 활력을 줬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고 조금씩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0.5%, S&P500 지수는 0.72%나 상승했고 나스닥은 1.00% 올랐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주가가 1% 이상 올랐고,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4%가량 상승했습니다. 금리 상승이 제한되자 기술주들이 많이 오른 겁니다.



이날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전 10시에 집중됐습니다. 9월 채용공고(JOLTS), 그리고 11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등 두 가지 경제 지표가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고용, 그리고 인플레이션(미시간대 조사엔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가 포함됨) 상황을 알 수 있는 지표들입니다.

11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예비치)는 전달보다 4.9%포인트 감소한 66.8로 발표됐습니다. 이는 최근 10년 내 가장 낮은 기록으로 월가 예상치(71.7)에도 훨씬 못 미쳤습니다.



현재의 경제 환경을 평가하는 현재 여건 지수는 73.2로 전달보다 4.5%포인트 떨어졌고, 향후 6개월간의 경기를 예상하는 소비자 기대는 62.8로 5.1%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이는 높은 물가가 미국인들의 소득 및 구매력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향후 12개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4.9%로 전달 4.8%보다 0.1% 높아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9%로 전월과 같았습니다.

미시간대의 리처드 커틴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 그리고 이런 인플레이션을 막을 효과적 정책이 아직 없다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지수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소비자 4명 중 1명은 11월 생활 수준이 인플레이션으로 떨어졌다고 언급했고, 소득이 낮고 나이가 많은 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명목 소득은 증가했지만, 인플레이션 탓에 절반 이상이 내년에 실질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르네상스매크로는 "2000~2019년까지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는 고용 상황을 대변하는 지표였다"라고 밝혔습니다. 고용 시장이 좋을 때 높고, 그렇지 않으면 떨어졌지요. 하지만 지금 고용은 매우 좋은 상황이지만, 인플레이션이 급등하자 소비자들의 경제적 자신감을 갉아먹고 있는 겁니다.

다만 일부에선 공화당 지지자들의 소비자태도가 급락한 것과 관련, 정치적 편향이 조사에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의 경제를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이들(민주당 지지자)은 경제를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또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더는 급하게 올라가지 않았다는 걸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9월 채용공고는 1040만 건에 달해 지난 8월과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지난 7월의 역대 기록(1109만 건)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실업자 수 768만 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산술적으로 실업자 1인당 1.4개의 취업공고가 있는 것이죠. 여전히 구인난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9월 채용(hire)은 650만 건으로 전월 632건보다 늘었습니다. 총 고용에서 채용 수치를 나타내는 고용률은 4.4%로 전월 4.3%와 비슷했습니다.

월가가 놀란 것은 퇴직 건수였습니다. 9월 퇴직은 620만 건으로 전월(600만 건)보다 더 늘었고 특히 해고를 제외한 자발적 퇴직이 443만 건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전월보다 16만4000건 증가했고 전년 동월에 비하면 무려 110만 명 더 많은 수치입니다. 자발적 퇴사율이 3%, 민간업체의 자발적 퇴사율은 3.4%입니다. 올해 들어 자발적으로 그만둔 사람을 모두 더하면 무려 3450만에 달합니다. '거대한 퇴사'(The Great Resignation)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어제 "(최고 직장인) JP모간마저도 퇴사 행렬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통상 자발적 퇴직은 사람들이 얼마나 고용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느냐 하는 지표입니다. 미국에서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는 건 더 높은 급여를 주는 직장으로 옮기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역대급 구인난 속에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애틀랜타연방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급여는 1년 전보다 전체적으로 3.6% 인상됐으며, 특히 직업을 바꾼 사람들은 4.3% 올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JOLTS를 보면 면 여전히 구인난은 풀리지 않고 있고 노동 시장은 빡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니 구인난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지난 10월 노동참여율은 61.6%로 전달과 비슷했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의 63%대보다 낮습니다. 이날 민간구직정보업체 인디드가 집계하는 채용공고는 9월 말보다 5% 이상 더 늘어났습니다.



지난 여름, '9~10월쯤 되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으면서 구인난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9월 초 연방정부가 주는 추가 실업급여 지급이 종료되고 학교가 개학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곳곳에선 채용 보너스를 제시하고 있고, 학력 경력 등 기본 요구사항을 낮추고 있습니다. WSJ에 따르면 월마트는 15만 개 일자리를 채우려고 구인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UPS도 10만 명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15만 명을 뽑고 있는데 초임이 시간당 18달러부터 시작하며 최대 3000달러의 채용 보너스를 지급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팬데믹 이후 노동 시장을 떠난 500만 명 가운데 330만 명이 55세 이상이며, 이들 중 자연 퇴직 100만 명과 조기 퇴직 150만 명 등 250만 명은 사실상 은퇴해서 다시 고용시장에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지금의 구인난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JP모간도 이날 관련 보고서에서 "생산가능인구가 거의 지난 2년 동안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공급 부족의 대부분은 트럼프 집권기에 시작해 팬데믹 기간에 계속된 이민 인구의 감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간은 "미국 노동력 공급에 대해 비관적일 수 있는 핵심 이유는 이민 흐름이 약화하고 있고 은퇴는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이는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두 은행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민 감소, 조기 은퇴 등으로 인해 구인난이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겁니다.

만약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공급망 혼란 및 임금 인상이 이어지고 인플레이션도 지속할 수 있습니다. Fed의 인내심이 바닥날 시기가 금세 다가올 수도 있지요. 아니 Fed는 지금 '최대고용'을 목표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 인플레이션 부작용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지금이 '최대고용'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곧바로 기준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부터 잡아야겠지요.

다만 WSJ은 "아직도 코로나 팬데믹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바이러스가 완전히 통제되고 사람들이 더이상 출퇴근을 걱정하지 않을 때까지는 구인난이 일시적일지, 지속할 것인지 알기는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업들은 구인난, 그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3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460개 S&P500 기업들 가운데 285개가 컨퍼런스 콜에서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언급했습니다. 이는 이런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 기록(이전 기록은 2021년 2분기의 222곳)이며, 지난 5년 평균인 137개의 두 배가 넘습니다. 게다가 아직 40개 기업은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4분기 순이익률 추정치는 11.8%로, 지난 3분기 12.9%보다 낮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마침 다음 주 유통업체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16일 월마트(WMT), 홈디포(HD) 17일에는 로우즈(LOW), 타겟(TGT), TJX(TJX) 18일 메이시스(M), 콜스(KSS)가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소비가 활발한 연말 쇼핑 철을 앞두고 이들은 실적 전망과 함께 구인난과 물류 병목현상, 공급망 혼란 등이 언제 풀릴 것으로 예상하는지 등에 대해 언급할 것입니다.



10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지표도 다음 주 공개됩니다. ING에 따르면 지난 10월 신차 판매가 4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한 만큼 소매판매도 나쁘지 않으리라고 예상됩니다. 주요소 판매도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라 증가했겠지요. 월가는 전달(0.7% 증가)보다 1.1%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산업생산도 10월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양호했던 만큼 전월 대비 0.7% 증가(9월 1.3% 감소)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유가 상승세 속에 미국의 석유와 가스 굴착기 수가 10월 평균 538개로 9월의 508개에서 증가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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