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입주 들어갈 때 주변에서 얼마나 말렸는지 몰라요. 미분양이 당시에도 조금 있었으니까요.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한숨 시티'라고 조롱당하니까 아예 안들어가고 그랬죠. 이제는 신의 한수 시티가 됐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모씨의 얘기다. 그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6800가구)에 분양을 받아 입주 때부터 살고 있다. 단지 내에서 주거생활 만족도는 높다.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와 자연환경, 자녀가 다닐 학교도 가까워서다.
출퇴근 문제로 입주 초기에 힘들었던 남편은 일주일에 반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만족도가 올라갔다. 무엇보다 집값이 분양가의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반전을 맞았다. 입주초기부터 들어왔던 이웃 주민들과 이제는 누가 뭐래도 '신의 한수 시티'라고 부르는 이유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의 전용면적 84㎡ 실거래가는 5억원을 넘었다. 5단지에서는 지난달 5억4500만원(23층)에 거래가 나왔고, 3단지에서도 이달에 5억1000만원 거래가 터졌다. 나머지 단지들에서도 지난달 4억원 후반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5억원 매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용 59㎡의 실거래가도 4억원을 웃돌고 있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5단지 전용 84㎡의 매물 호가는 5억5000만원에 달하고 있다. 한숲시티와 붙어있고 테라스하우스로 조성된 'e편한세상용인파크카운티'의 경우, 전용 103㎡의 호가매물이 8억9000만원이 이르고 대부분의 매물은 8억5000만원 안팎에 나와 있다.
아곡리의 A공인중개사는 "입주 때만해도 로열층을 제외하고는 웃돈이 붙은 경우도 거의 없었지만 SK하이닉스 호재에 교통망이 확충되면서 집값이 올랐다"며 "무엇보다 살고 있는 입주민들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남사지구로 불리는 이 단지에는 유치원, 남곡초, 한숲중을 비롯해 올해 처인고등학교까지 개교했다. 아파트 주민 전용처럼 사용할 수 있는 남사 스포츠센터와 남사도서관에 학원, 병원 등 각종 시설들도 갖추고 있다.
입주당시 전용 84㎡ 시세는 2억원 초중반대였고, 59㎡는 1억후반~2억초반대였다. 물량폭탄이 쏟아진 만큼 전셋값도 낮았다. 융자가 끼지 않은 조건에 1억원 미만의 전셋집이 수두룩 했다. 3년여가 흐른 최근의 전셋값은 전용 84㎡가 3억원 중반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또다른 B공인중개사는 "이 동네처럼 빠르게 시세가 오르는 지역도 없었다"며 "입주초기에 뒤숭숭한 분위기를 사라지고 안정적으로 주거를 원하는 젊은 층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탄2신도시에서 전셋값에 밀린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2018년 이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화성시 동탄2신도시 '더레이크시티 부영3단지'의 경우 전용 84㎡가 지난달 12억9000만원에 매매됐다. 전셋값은 4억~5억원 정도다. 때문에 전셋값이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쪽으로 세입자들이 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전세대출도 막히는 상황에서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보금자리론은 소득 연 7000만원 이하(미혼은 본인 기준, 기혼은 부부합산), 주택가격 6억원 이하 등의 조건을 갖추면 최대 3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김 씨는 "단지 안팎으로 조경이 너무 좋고, 인도가 광폭이어서 아이들이 뛰어다녀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며 "요즘 말로 입주 때에는 욕먹는 '욕세권'이었지만, 막상 사는 사람들은 만족하는 단지가 됐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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